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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캔]‘버섯가죽’으로 만든 에르메스 가방 아시나요? 작성일 2023-06-03 조회 9681 번호 48


에르메스의 빅토리아 백


먹지마세요. 옷이나 가방, 신발, 자동차에 양보하세요.”

조만간 이런 광고가 등장할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옷이나 지갑, 신발, 자동차 부품을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기술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요. ‘먹을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기술이 정말 가능할까요?

 

버섯 균사체로 다양한 소재 개발 가능

 

버섯가죽이란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패션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최근 명품브랜드 에르메스가 만든 빅토리아 백을 아실텐데요. 이 백은 놀랍게도 미국 스타트업 마이코웍스의 실바니아라는 버섯가죽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아디다스의 스텐 스미스 마일로 운동화, 운동복 브랜드 룰루레몬의 베럴 더플 백등도 버섯가죽으로 제작됐다는데요. 만지기만 해도 잘 부서지는 버섯을 소재로 사용했지만 웬만한 소가죽처럼 질기다고 합니다.

 

비결이 뭘까요? 바로 뿌리처럼 보이는 버섯 균사체를 이용하는 것이라는데요. 순수 버섯 균사체를 햇빛, 습기, 온도를 조절해가며 영양액에서 2~3주가량 기르면 가는 실이 얽히고 뭉친 솜털 모양으로 부풀듯이 성장한다고 합니다. 이것을 여러 모양으로 압착 가공하면 가죽만큼 질기게 된다는 군요. 여기에 염료를 넣으면 소, 악어, 뱀 가죽 등의 촉감과 색상을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식물이 가진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은 그대로 남아 있고요.

 

특히 독성 화학물질을 쓰는 동물가죽이나 폴리우레탄(PU), 폴리염화비닐(PVC)을 쓰는 합성가죽과는 달리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자연이 주는 재료와 기술을 활용하는 덕분인데요. 버섯가죽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은 화장품·제약 원료나 포장·단열재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 쓴 뒤에는 생분해되기 때문에 퇴비로도 재활용되고요.



 아디다스 '2021 스탠 스미스 마일로' 



미술가가 부활시킨 버섯가죽


이런 버섯가죽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고 합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은 오래전 숲의 버섯 균사체를 음식과 약재, 염료는 물론이고 가죽 같은 매트를 만드는 데 이용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 기술을 눈여겨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원주민들 사이에서만 근근이 기술이 이어졌다는 거죠. 그런데 이 기술을 다시 부활시킨 사람은 놀랍게도 과학자가 아니라 아티스트라고 합니다.


필립 로스는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찾다가 원주민들이 버섯 균사체로 만든 작품을 봤다는 군요. 이에 영감을 얻어 영지버섯 균사체로 미술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사업화가 가능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2013년 마이코웍스를 창업했다는 군요. 지난해에는 국내기업인 SK네트웍스로부터 2000만 달러의 투자를 받기도 했습니다.



버섯균사를 활용해 만든 마이셀의 대체가죽


버섯가죽 자동차시트도 등장할 듯

 

요즘엔 버섯가죽이 국내에서도 개발된다는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마이셀은 버섯가죽을 이용한 지갑, 가방, 옷, 포장재를 만드는 공정을 개발했는데요. 덕분에 지난해 8월 다수 투자회사로부터 1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하루 최대 300제곱미터(㎡) 규모의 대체 가죽과 2톤 규모의 대체육·단백질원 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지능형공장(스마트팩토리)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이셀의 목표는 현대자동차에 버섯가죽으로 만든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것이라는데요. 마이셀이 현대자동차 직원 3명이 회사로부터 15억원을 지원받아 시작한 사내 스타트업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버섯가죽을 비롯한 비건 가죽 시장 규모가 연평균 4.8%씩 성장해 2026년엔 8억6850만 달러(약 1조1300억원)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버섯 가죽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33%가 넘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먹는 것보다 가죽 소재로 버섯이 더 많이 쓰이지 않을까요? 정말 버섯을 옷이나 가방, 신발, 자동차에 양보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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