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바이어들이 한국에 방문하면 귀국길에 꼭 챙기는 구매 아이템 중 하나로 김을 꼽습니다. 왜 인지 물어보니 영양가 높은 고단백 음식이면서도 아이들이 좋아하고 간식으로도 잘 먹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영화배우 휴 잭맨이 딸과 거리를 거닐며 김을 먹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실제로 김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한국의 슈퍼 푸드로 소개될 만큼 영양 식품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 무기질을 고루 갖추고 있고 일반 해조류에 비해 단백질 함량도 매우 높거든요.
김은 10억 년이라는 유구한 역사를 품은 신비의 생명체입니다. 지구 역사 상 5번의 대멸종과 빙하기를 이겨내고 살아남았을 만큼 대단한 생명력을 자랑하죠. 대부분의 생명체가 멸종된 극한 환경에서 김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요?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김은 강한 자외선과 온도, 염도 등 수시로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이 때 이러한 외부 스트레스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특별한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강한 햇빛과 자외선, 산화, 탈수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생존 매커니즘이죠. 바로 MAAs라는 물질인데, 아미노산과 유사해 ‘바다 아미노산’이라고도 부릅니다.
혹독한 환경을 견디고 살아가는 지구 상 생명체들의 원천은 종종 인간에게도 그 힘을 발휘합니다. MAAs 중 하나인 포피라334(Poprhyra334)도 피부세포에서 자외선 흡수뿐 아니라 항염, 항산화, 콜라겐 합성 촉진 등 항노화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자외선 차단제나 안티에이징 화장품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강인한 생명력을 고농축 앰플에 담았다’라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셈이지요.
우리는 이렇게 바다의 보물인 김을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저널에 포피라334가 통상 3~5주 걸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Cs) 제작 기간을 7~10일 정도로 현저하게 단축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김이 식품, 화장품을 넘어 줄기세포 치료제 시장에서도 큰 역할을 할 날이 멀지 않았네요.
무엇보다 자랑스러운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 김 수출-생산 1위 국가로서 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는 사실이죠. 2020년 대비 수출액이 15.4%로 성장세도 가팔라 이제는 ‘연간 수출 1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바다의 검은 반도체’라는 별명도 얻었다고 해요.
바이오에프디엔씨도 그 중심에서 꾸준한 연구활동으로 김의 무한한 잠재성을 발굴하고 있습니다. 얇은 김 한 장에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치열하게 살아온 김의 생명력, 아직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배울 게 너무나도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