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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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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이기는 건 바이오 플라스틱? 종이?

CJ제일제당이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적용한 칫솔을 최근 출시했습니다.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내에 축적하는 고분자 물질입니다. 토양·해양을 비롯한 대부분의 환경에서 분해되는 게 특징이죠. 국내외 소수 업체만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번에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러듀얼’ 칫솔은 칫솔대에 석유계 플라스틱 대신 PHA와 PLA(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으로 만드는 생분해성 수지) 등 100% 바이오 소재를 활용했습니다. 칫솔모에도 재활용 소재를 절반 이상 사용했고요. 이 칫솔은 올리브영 온라인몰과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CJ제일제당 측은 “일상과 밀접한 생활용품까지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적용을 확대했다. 앞으로도 소재 적용 기술을 적극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썩는 플라스틱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죠. 물컵, 접시, 볼펜, 마우스, 자, 생수통, 포장용기, 비닐봉투 등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던 많은 것들이 이젠 썩는다는 뜻이죠. 태평양에 한반도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들 들어보셨을텐데요. 앞으로는 플라스틱 걱정을 덜 해도 될 것 같군요.   PHA라는 혁신적인 물질 덕입니다. 물론 기존에도 바이오 플라스틱(PLA·PBAT)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PLA는 특정 환경에서만 분해되고 PBAT는 석유에서 나온 소재라서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없었죠. 소위 ‘무늬만 바이오 플라스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PHA는 수많은 상업화 시도에도 기술적 한계, 가격 메리트가 없어 그동안 시장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노하우와 협력사들과의 연대로 이젠 돈이 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완성했다는 설명입니다.   비슷한 시기 일본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ACS 지속가능한 화학과 엔지니어링(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고베대학 생체공학자 타구치 세이이치 박사와 생분해성 폴리머 제조업체 '가네카 코포레이션'이 포도당을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LAHB'를 대량 생산하는 미생물 플라스틱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죠.   연구진은 인공지능 등 IT 기술과 유전자 가위와 같은 첨단 바이오 기술이 결합한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이 'LAHB'를 만들어내도록 했습니다. 이는 박테리아의 유전자에 일부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과정을 통해 유전체를 체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합성생물학 기술로 박테리아의 유전체를 수정한 결과 박테리아가 분자구조가 긴, 사슬이 긴 LAHB를 생산했습니다. 특히 기존 방법보다 최대 10배 분자구조가 긴 LAHB를 생산할 수 있었고 이를 '초고분자량 LAHB'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슬이 길다는 것은 분자 구조가 더 많은 단위로 이어져 더 긴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인데 이는 강도와 내구성이 향상되고 고온에도 잘 버틸 수 있다는 뜻이죠.   또 사슬이 긴 LAHB로 만든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하기 쉬운 구조를 형성해 자연분해 속도가 빨라지는데 바닷물에서 1주일이면 분해가 된다고 하네요. 플라스틱 그물에 걸려서 죽는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이젠 편하게 살 수 있겠죠?   이처럼 유리 인류는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발견했고 그 대가로 환경 오염과 생명 단축이라는 고통을 짊어졌습니다. 하지만 잘 썩고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 새로운 플라스틱 시대를 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플라스틱 시대를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미국 오하이오주 주문 처리 센터에 새로운 종이 포장재와 자동화된 포장 기계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만으로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실행한 것이죠.   그 결과 일반 종이보다 더 잘 늘어나면서 견고한, 열처리로 밀봉도 가능한 종이와 자동 포장 기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2022년 한 해에만 전 세계 사업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 포장을 11.6% 줄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1인당 세계 4위의 플라스틱 배출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 역시 종이에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한솔제지가 주인공입니다. 자체 개발한 플라스틱 대체 신제품인 친환경 종이용기(테라바스)와 친환경 종이 연포장재(프로테고)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프로테고는 종이 표면에 베리어 코팅막을 형성해 산소, 수분, 냄새를 차단하고 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포장재입니다. 2~3겹으로 접착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필름이나 알루미늄을 합지한 포장재를 하나의 소재로 대체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종이류로 분리 배출이 가능합니다.   테라바스는 환경은 물론 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플라스틱의 일종인 PE코팅이 아닌 수용성 코팅을 해 재활용성을 높인 친환경 종이 용기입니다. 생분해가 가능하며 종이컵이나 종이 빨대는 물론 밥, 국 등 다양한 음식 포장에도 활용할 수 있죠. 미 식품의약국(FDA),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 중국 식품안정성(GB) 기준을 통과하며 식품포장재로서의 안전성을 입증했고 국내 특허 취득 및 미국, 유럽, 일본 등에도 기술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더불어 한솔제지는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 물티슈 제품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를 출시했습니다. 일반 물티슈가 플라스틱 계열의 성분이 포함된 원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천연 펄프와 식물에서 유래한 레이온 원단을 혼합 사용해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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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없는 벚꽃 축제’ 때문에 사과 못 먹을 수 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늘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속초시가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렇게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큰 잘못(?)을 했을까요? 놀랍게도 속초시가 사과한 것은 벚꽃 때문에. ‘2024 영랑호 벚꽃축제’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이렇게 양해를 구한 것이죠. 속초시만이 아닙니다. 경북 구미와 경주 등도 벚꽃축제기간을 연장했고 충북 보은과 경남 진해 등은 ‘벚꽃 없는 벚꽃축제’로 강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축제만이 아닙니다. 자칫 사과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는데요. 이유가 뭘까요?   ◆올 일조량 평년의 70%   벚꽃 마니아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며 소원을 빌고 사랑을 속삭이겠다는 계획이 다 틀어지고 있습니다. 벚꽃 개화가 늦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전국 곳곳에서 불만이 쇄도하고 있는데요. 행사를 준비했던 지자체 공무원들만 좌불안석이죠. 벚꽃 개회시기가 예상보다 늦어진 이유가 뭘까요?   일조량과 기온이 꼽힙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일조량은 평년 대비 70~75%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요. 올해 3월 23일까지의 제곱미터당 일조량은 303MJ(메가줄). 평년 404MJ의 75% 밖에 안되죠. 여기에 기온도 평년대비 낮습니다. 2월까지는 기온이 높았으나 3월에 들어서 찬공기가 내려와 기온이 평년보다 내려갔는데요. 특히 3월에는 초반부터 중부지방으로 한파특보가 내려질 만큼 꽃샘추위가 이어졌고, 3~4일 간격으로 꽃샘추위와 따뜻한 날씨가 교차하며 기온 변동성도 컸습니다. 기후위기와 기후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벌어지는 부작용인데요.  ◆벚꽃 피는 시기는 평년보다 빠르다?!   그럼 올해 벚꽃은 언제쯤 필까요? 기상정보제공업체 웨더아이는 3월 24일 서귀포를 시작으로 남부지방은 3월 22∼31일, 중부지방은 3월 30일~4월 7일, 경기 북부와 강원 북부 및 산간지방은 4월 7일 이후에 벚꽃이 개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벚꽃의 절정 시기는 개화 후 만개까지 일주일 정도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서귀포에서는 3월 31일 이후, 남부지방에서는 3월 29일~4월 7일경, 중부지방에서는 4월 6~14일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군요.   당연히 예년에 비하면 늦어진 것이겠죠. 하지만 놀랍게도 그건 아니라고 합니다. 꽃샘추위의 영향으로 당초 예상보다는 개화 시기가 다소 늦어졌지만, 평년과 비교하면 각각 6일과 2일 이르다는 거죠. 다만 매년 벚꽃시계가 빨라졌기 때문에 올해는 더 일찍 벚꽃이 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 예상이 빗나갔던 것이죠.   실제로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들어가면 계절관측 자료라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각 관측소에서 관측한 식물, 동물, 기후계절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는데요. 당연히 벚꽃에 대한 자료도 있습니다. 2001년 이후 자료를 살펴보면 벚꽃 개화시기가 점차 앞당겨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 2001년에는 4월 10일이었던 벚꽃 개화시기가 2023년에는 3월 25일, 올해는 4월 3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평년보다 14일, 올해도 3일이나 빠른 것이죠.   ◆사과 등 재배면적 갈수록 줄어   문제는 벚꽃이 빨리 피면 다른 꽃들도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일반적으로 벚꽃이 핀 후 10일 사이에 사과꽃이 핀다고 하는데요. 빨리 피면 사과가 더 많이 열리지 않을까요? 그게 아니라고 합니다. 사과꽃이 빨리 피면, 그만큼 된서리를 맞아 열매 맺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로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재배하기 적합한 지역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현재의 속도로 기후변화가 진행될 경우 사과 재배 적지 지역은 2020년 4만6980㎢에서 2050년 1만3206㎢로 감소합니다. 2090년에는 사과를 재배할 수 있는 지역이 강원도 일부 지역(1213㎢)만 남을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있습니다.   사과만이 아니죠. 배·복숭아·포도 등 우리가 자랑하는 과일들의 재배면적이 급격히 줄어들 전망입니다.   올해 벚꽃축제에서는 떨어지는 벚꽃을 잡으며 내년에는 더 늦게 개화하라고 빌어야 할까요? 기후변화를 극복할 수 있는 비법을 알려달라고 할까요? 벚꽃의 꽃말 중에는 ‘결박’도 있다는데 기후 위기를 결박시킬 수는 없을까요?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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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쓰, 소똥, 폐식용유가 돈이 된다?

요즘 바이오연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석유 핵심 생산기지인 중동과 러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 유가가 계속 오르고 있거든요. 오르기만 하나요? 내렸다가 다시 올랐다가 변동폭 또한 어지러울 정도입니다.   바이오연료는 에너지원이 되는 식물, 미생물, 동물 등의 생물체(바이오매스)와 음식쓰레기, 축산폐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켜 만들어낸 것을 뜻합니다.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신재생에너지로 각광받고 있죠. 화석연료가 이산화탄소 100을 만든다면 바이오연료는 3에 그칠 정도라고 하네요.   무엇보다 태양광이나 조력, 풍력발전 등의 대체에너지로는 늘어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바이오연료가 구원 투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바이오연료는 사용되는 원료와 공정에 따라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바이오가스 등으로 구분됩니다. 식물체의 당분을 알코올 발효시켜 만드는 바이오에탄올은 다시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 곡물에서 직접 추출한 전분을 발효시켜 얻을 수 있는 바이오에탄올과 폐목재, 볏짚, 해조류 등의 식물체에서 추출한 포도당과 박테리아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바이오부탄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바이오디젤은 유채꽃, 콩 등의 유지작물 또는 폐식용유를 알코올 반응시켜 연료화해 얻을 수 있고 바이오가스는 음식물 쓰레기나 축산폐기물을 발효시키면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이용해 얻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바이오연료를 실제 만들어서 쓰고 있는 지, 환경적으로나 비용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지 아닐까요. 우리 기업들의 행보에 주목할 시간입니다.   현대건설은 2008년부터 인천 청라에 바이오가스 에너지화 시설을 갖추고 독자 기술 개발에 나섰습니다. 2016년 준공한 충북 충주 음식물 바이오센터는 R&D 성과가 집약된 실증 시설이자 국내 선도 모델로 꼽히고 있습니다.   충주 센터는 국내 최초로 바이오가스를 수소 에너지 생산에 사용해 주목받고 있죠. 처음엔 인근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다가 2021년 그린 수소 산업규제 특구로 지정된 뒤 수소 가스시설을 지었습니다. 충주에서 발생하는 하루 80t의 음식물쓰레기는 현대건설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전처리 공정과 바이오가스 고질화를 거쳐 악취와 온실가스 배출 주범에서 순도 99.9%의 수소로 변신합니다. 지역민이 인근 수소충전소에서 ㎏당 77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수소를 공급받는 비결이죠.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는 이론이 아니라는 거죠.   현대건설은 오는 6월 민간 투자형 통합 바이오 가스화 사업인 ‘시흥시 클린에너지센터’의 완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센터는 하루에 음식물쓰레기 145t, 하수 찌꺼기 540t, 분뇨 60t 등을 통합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스 생산량 확대와 운영비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세계바이오가스협회(WBA)에 따르면 2020년 240억달러 수준이던 바이오가스 시장은 2028년 370억달러(50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입니다.   GS리테일은 최근 폐식용유 전문 수거업체 지오컴퍼니, 바이오디젤 제조 기업 에코앤솔루션과 업무 협력을 체결하고 4월15일부터 플랫폼을 이용한 폐식용유 수거를 시작합니다.   편의점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의 ‘마켓봄’ 사이트에 접속해서 폐식용유 수거 요청 일자와 용량만 입력하면 되는데 지역별, 점포별로 작업이 가능합니다. GS리테일은 폐식용유 수거 데이터 현황은 물론 수거 이후 바이오디젤로 재활용되는 가공 실적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GS리테일은 지난해 폐식용유 수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는 300t 이상 회수해 바이오디젤로 바꿔 탄소 발생량 저감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내가 튀김 요리를 하고 모은 폐식용유가 친환경 에너지로 다시 태어난다고 하니 신기하죠?   국내 정유업계도 바이오 연료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기업 이미지 차원이기도 하지만 유럽에서는 의무 사용 비율을 확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차원의 일이기도 합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수송용 바이오 연료 의무 사용 비율을 2%로 적용하는데 2030년에는 14%, 2050년에는 50% 수준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즉 유럽에 석유 제품을 수출하려면 제품을 담은 유조선부터 바이오연료를 써야한다는 뜻이죠.   정부도 지원에 나섰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 대표와 만나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친환경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정유 4사는 ‘안정적인 석유 공급과 가격 안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글로벌 환경규제 대응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연료 분야에 약 6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6조원이면 어마무시한 규모죠.   정유사 중 에쓰오일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에쓰오일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바이오원료 처리에 관한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습니다. 폐식용유, 팜 부산물 등 바이오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초도 물량을 기존 정유공정에 원유와 함께 투입했다고 하네요.   정유사들은 친환경 연료 중에서 특히 ‘지속가능 항공유(SAF)’에 관심이 많습니다. 정유 4사의 항공유 비율은 계속해서 늘고 있습니다. 대한석유협회에서 발표한 지난해 상반기 석유 수출량에 따르면 석유제품 수출량은 2억2850억배럴(약 29조원)에 달했는데 이중 항공유가 19%를 차지했습니다.   SAF는 기존 원유 기반 항공유 대비 80%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죠.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탄소 중립 정책과 맞물려 바이오유 개발이 필수 요소가 됐습니다. SAF의 선두주자는 GS칼텍스입니다. GS칼텍스는 정부에서 추진한 SAF 실증사업에 참여해 대한항공과 국내 최초로 바이오항공유 실증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습니다.또 지난해 8월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바이오연료에 대한 국제 친환경 제품 인증제도인 ISCC EU를 취득했고요. 올해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인도네시아 팜유 정제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라면이나 과자를 튀길 때 쓰는 팜유가 이렇게 바이오연료로 탈바꿈합니다.    

202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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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캔]전구 대신 ‘식물조명’ 켜세요

  “오늘밤 세상이 변할 것입니다.”1882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수십개의 전구에 불을 켜며 직류에 올인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한 말이죠. 전류전쟁에서 교류를 앞세운 니콜라 테슬라를 앞서기 위해 선전포고를 한 것인데요. 영화 ‘커런트 워’에서 갑자기 환해진 거리에서 수 백명의 인파가 환호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요. 전류전쟁에서 에디슨이 테슬라에게 결국 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가슴이 뛰더라고요.   그런데 조만간 가슴 뛸 일이 또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류전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거든요. 전구가 아닌 색다른 것이 어두운 밤거리를 환하게 만들 수 있다는데요. 도대체 뭐가 전구를 대신하는 것일까요?   출처: 라이트바이오◆합성생물학으로 반딧불이 피튜니아·국화 개발   영국 MRC 의과학연구소·미국 바이오벤처 라이트바이오의 캐런 사르키시안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9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재미난 발표를 했습니다. 전구가 아닌 식물로 빛을 낼 수 있다는 건데요. 반디불이 같은 곤충도 아니고 식물이 어떻게 빛을 낼까요?   연구팀에 따르면 자연에는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버섯들이 있습니다. 이 버섯에는 공통적으로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있는데요. 이 루시페린이 효소 루시페라아제의 작용에 의해 산화되면서 그 산화 에너지로 빛을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어둠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열대 버섯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2020년엔 곰팡이에서 나온 5개의 유전자를 통합해 담배식물이 빛을 내도록 만들었죠. 이번엔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 식물의 고유한 단일 유전자가 곰팡이에서 파생된 두 개의 유전자로 대체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생물발광 경로에서 가장 복잡한 반응을 수행하는 식물 효소인 히스피딘 합성효소를 발견하고, 이 효소와 버섯에서 발견되는 다른 필수 생물발광 효소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경로를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과 미국 식물 합성생물학 벤처기업 라이트바이오(Light Bio)가 공동으로 만든 ‘반딧불이 피튜니아’와 ‘반딧불이 국화’는 스스로 빛을 내뿜을 수 있는데요. 지난 2020년 만들었던 담배식물보다 최대 100배 밝은 빛을 냅니다. 이 정도면 식물을 심는 것만으로도 집이나 정원에 가로등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라이트바이오◆4월부터 3만8000원에 미국서 판매   혹시 반딧불이 피튜니아나 국화에 해로운 물질은 없을까요? 다행히도 미국 농무부가 지난해 9월 반딧불 피튜니아를 미국 전역에서 재배 및 사육하기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오는 4월부터 미국에서 반딧불이 피튜니아와 국화가 한 그루에 29달러(약 3만 8000원)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이에따라 조만간 미국 밤 거리는 가로등 대신 가로수가, 실내 조명등 대신 화분이 쓰이지 않을까요? 보다 정감 있는 밤거리가 될 것도 같은데요. 게다가 전기에너지도 크게 절약할 수 있고요.   특히 연구진은 “식물 고유의 유전자를 활용하면 발광의 조화가 더욱 증폭돼 빛 생산과 에너지 활용 사이의 상호 작용이 최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피튜니아·국화를 넘어 다양한 식물에서도 빛이 나오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나 진달래꽃이 조명으로 변신한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150여년 만에 지구의 밤거리가 ‘식물조명’으로 또다시 바뀔 것 같습니다.  

2024-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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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다 어디로 갔나?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스킨푸드, 토니모리... 그 많던 길거리 화장품 샵, 다 어디 갔나?’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에 가면 화장품 로드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눈에 잘 띄지 않죠?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 컸습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화장품을 샀고 그게 소비 습관이 됐습니다.   게다가 기존 로드샵 화장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즉 ‘그 가격이면, 그 용량이면 온라인 전용 브랜드 화장품보다 크게 나을 게 없다’라는 인식을 소비자가 하고 있다는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유통되는 화장품의 퀄리티나 가성비가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뜻이죠.   그래서 일까요. 요즘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이 변신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벌이자 적일 수도 있는 업체나 플랫폼과 과감하게 손을 잡고 있습니다.   로드샵 브랜드의 절대 강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지난 2월 올리브영에 입점했습니다. 더페이스샵은 작년에 로드샵 사업 철수를 결정하는 큰 도전을 감행했고 반년이 조금 지나 다른 형태의 로드샵 사업을 시작한 것이죠.   이번 제휴가 재미있는 건 모기업의 면면입니다. 더페이스샵의 LG생건, 올리브영의 CJ는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이죠. 재벌과 재벌이 손을 잡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양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올리브영이 최근 PB브랜드에 공을 들이고 있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는 LG생건은 물론이고 더페이스샵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올리브영은 자체 PB브랜드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던 LG생건 입장에서는 일본 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사업 파트너인 CJ가 ‘우린 우리 제품으로 일본에서 열심히 사업 중이다’라고 알리고 있으니...   올리브영만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걸까요. LG생건이 얼마 전 또 재미있는 결정을 했는데 5년 만에 쿠팡과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이젠 쿠팡에서도 더페이스샵 화장품을 살 수 있습니다.   더페이스샵과 함께 길거리를 장악했던 뷰티 브랜드로 네이처리퍼블릭을 꼽을 수 있죠. 최근 올리브영의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습니다. 올리브영도 기대가 큽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작년 대박 상품 ‘허니 멜팅 립’이 들어왔으니까요. 이 제품은 각종 뷰티 앱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했고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기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네이처리퍼블릭의 역사도 흥미롭습니다. 지금의 네이처리퍼블릭을 있게 한 사람이 정운호 대표입니다. 정 대표는 그 전에 더페이스샵을 만들었죠. 물론 이후에 매각을 했고 결국 LG생건의 슬하에 들어갔습니다. 한때 정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운호 게이트의 그 정운호 맞습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뒤 조용히 경영 일선에 복귀해 말이 많았는데 어쨌거나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더페이스샵처럼 올리브영에 기대고 있습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믿는 구석이 또 있습니다. 바로 초딩의 낙원이자 초딩의 백화점으로 통하는 다이소입니다. ‘식물원’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다이소에 입점한 것이죠. '가성비'를 내세워 다이소의 주 고객층인 1030세대를 공략한다는 전략이죠. 다이소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5000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원’의 최고가 화장품도 5000원입니다. ‘5000원짜리 화장품 바르면 탈 나는 거 아냐’라고 의심하시는 분들은 일단 한 번 써보세요. 지금까지의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거든요.   LG생건과 국내 뷰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에도 ‘이니스프리’ ‘에뛰드’와 같은 로드샵 대표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 역시 올리브영에 자리를 잡았고 쿠팡에도 입점하면서 온-오프 유통 채널의 동시 강화를 진행 중입니다. 게다가 신선식품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컬리’에도 입점했습니다. 때마침 새로운 성장 동력을 원했던 컬리도 아모레퍼시픽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입니다.   토니모리는 뜻밖의 파트너와 장소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국방부와 PX(군부대 마트)입니다.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20대 남성들을 제대로 공략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이것저것 다 발라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남성들을 위해 ‘올인원’ 제품을 납품한다고 하네요. 20대 초반 남성들은 제대 후 계속 토니모리의 잠재 고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기가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맛봤던 분유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듯이 말이죠.   한때 건물주들을 기쁘게 해줬던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들이 지금은 길거리를 떠나서 이렇게 간접 입점, 온라인 입점 방식으로 앞다퉈 선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린 시대의 흐름을 캐치할 수 있죠. 소비자는 PC나 스마트폰에서 화장품을 사길 원한다는 점, 5000원 내외의 가성비 제품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말이죠.  

2024-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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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스캔]식물로 미세플라스틱 문제 해결할 수 있을까?

  매주 신용카드 한 장 크기를 먹는다. 뭘 이야기하는 건지 다들 아실 것입니다. 바로 미세플라스틱이야기죠. 100 나노미터(nm)에서 5 밀리미터(mm) 사이의 미세플라스틱은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데요. 암세포 성장과 암 전이는 물론 항암제에 내성까지 일으킨다고 합니다. 따라서 되도록 먹지 않은 것이 좋은데요.   세계자연기금(WWF)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일주일간 삼키는 미세플라스틱은 약 2000개. 신용카드 한 장 정도인 5g에 달하죠. 어떻게 이렇게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먹게 될까요? 주된 섭취 경로는 놀랍게도 물입니다. 무려 1769개에 달한다고 하고요. 갑각류(182개), 소금(11개), 맥주(10개) 순입니다.   이 때문에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는 정수기 물을 먹고 갑각류와 소금, 맥주도 멀리하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이것만으로 미세플라스틱 섭취를 막기 힘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건국대 안윤주 교수팀 제공◆미세플라스틱이 대대로 이어진다!   안전한줄 알았던 식물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건국대학교 안윤주 교수 연구팀이 완두의 미세·나노 플라스틱 이동을 관찰한 결과, 식물이 토양에서 흡수한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열매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합니다.   연구팀은 독성 연구 표준 시험종인 완두(Pisum sativum)를 미세·나노 플라스틱에 노출해 열매인 완두콩과 다음 세대로의 전이를 각각 관찰했습니다. 200nm 크기의 형광 폴리스타이렌 미세·나노 플라스틱에 오염된 토양에 완두를 약 60일간 노출한 후 완두콩을 수확해 공 초점 레이저 주사현미경으로 살핀 결과, 완두콩 배아와 떡잎에서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하는데요. 또 수확한 완두콩을 미세·나노 플라스틱에 오염되지 않은 토양에 다시 심어 14일간 배양, 관찰했더니, 표피보다 세포 간 및 세포 내 공간에서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확인됐습니다. 이는 외부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 수확한 완두콩 내 배아와 떡잎에 있던 미세·나노 플라스틱이 전체 세포로 이동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건국대 안윤주 교수팀 제공◆사과에도 19만개의 미세플리스틱 이런 미세플라스틱은 식물 성장도 방해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이 흙 속에서 곰팡이 등을 분해하는 이로운 벌레인 ‘톡토기’의 움직임을 크게 방해하기 때문인데요. 톡토기는 흙 속에서 호흡하고 원활히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인 ‘생물공극’을 만들어 행동하는데, 이 생물공극 내에 미세플라스틱이 채워지면 톡토기의 움직임이 방해를 받게 된다는 거죠.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농작물에서 발견됐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카타니아대 연구진은 2020년 6월 환경과학 학술지 ‘환경 연구’에 ‘채소와 과채류 내 미세, 초미세플라스틱’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식료품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통상적으로 많이 소비되는 사과와 서양배, 브로콜리, 양상추, 당근, 감자를 각각 6개씩, 총 36개의 표본을 구해 껍질을 깐 후 섞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표본에서 미세플라스틱을 검출했다고 합니다. 과채류 중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가장 심한 건 놀랍게도 사과. 약 19만55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하는데요. 채소 중엔 당근이 10만195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영농폐비닐 문제 갈수록 심각   그런데 식물을 오염시키는 미세플라스틱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오염된 물과 함께 영농폐비닐이 지목받고 있습니다.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영농폐비닐 발생량은 매년 30만톤이 넘습니다. 이중 85%만 수거되고 나머지는 불법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비닐은 장기간 환경에 방치될 시 썩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쪼개집니다. 이렇게 생긴 미세플라스틱이 채소와 과일로 흘러들어가 우리 몸까지 오염시키고 있다는 거죠.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보상금을 주면서 폐비닐 수거율을 올리고는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더욱 걱정될 수 밖에 없죠. 안전할 것으로 생각했던 과일과 채소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되다니···. 게다가 한번 오염되면 대대로 미세플라스틱이 남아있다니···. 자칫 우리가 먹는 모든 식물에 이미 미세플라스틱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이런 걱정을 한방에 날리려면 미세플라스틱을 분해시키는 식물이 발견되면 좋을텐데···. 노벨상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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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조원 가치 회사가 갑자기 나스닥 퇴출 위기?

“병원에 가지 않고도 아주 쉽게 암, 당뇨, 파킨슨병의 발병 위험을 알 수 있습니다!”“혁신적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미국 생명공학업체 23앤드미(23andMe)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중 하나였습니다. 키트에 침을 뱉기만 하면 자신의 조상을 알 수 있다고 이 회사는 홍보했습니다. 미국인 수백만 명이 자기 조상에 관해 알아보겠다며 실제로 키트에 침을 뱉었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이 회사 키트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꼽을 정도였죠.   무엇보다 23앤드미의 공동창업자 겸 CEO가 앤 워치츠키였기에 회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았습니다. 워치츠키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와이프이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똑똑한 여성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거든요.   이처럼 재미와 화제성을 두루 겸비한 23앤드미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2021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첫날에만 21%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기업 가치도 60억달러(8조원)를 넘어섰습니다. 경제 잡지 포브스는 워치츠키를 "가장 최근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3년 만에 엄청난 반전이 나타났습니다. 8조원이었던 기업 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 23앤드미 주가는 62센트로 고점 대비 98% 이상 폭락했습니다. 나스닥은 23앤드미에 상장 폐지 경고를 한 상태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억3500만달러(약 45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바이오 산업의 미래로 통했던 ‘유전자 분석’ 업계가 빙하기를 맞았습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던 유전자 분석·치료 업체 인바이테도 자금난으로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고 나테라도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돈을 까먹고 있습니다. 23앤드미 혼자 겪는 불행이 아닌거죠.   23앤드미는 2017~2020년 이용자 700만명을 모을 만큼 빠르게 몸집을 키웠습니다. 검사를 받으면 ‘특정 음식을 좋아하거나 냄새를 잘 맡는지’ ‘아침형 인간 혹은 올빼미형인지’ ‘운동 신경이 좋은지’ 등의 유전자 정보까지 제공했습니다. ‘뭐 이런 것까지 알려준다고?’ 놀란 사람들은 SNS에 관련 소식을 퍼날랐습니다. 암, 당뇨, 치매와 같은 질병의 발병 확률은 물론 유전 확률도 알려줬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스타가 된 연예인이 2~3년 뒤 급추락하는 것처럼 말이죠. 유전자 검사를 받은 누적 고객이 1000만명이 넘은 이후 신규 고객이 유입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죠. 한번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추가로 서비스를 이용할 까닭이 없으니 말이죠.   이에 23앤드미는 신약 개발로 눈을 돌립니다. 유전자 분석으로 50개 이상의 신약 후보군을 발견했기 때문에 꽤 괜찮은 선택으로 여겨졌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수억 달러가 필요하고, 임상 시험부터 허가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린다는 점이죠. 지금 23앤드미가 가진 돈은 태부족하고 10년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 줄 사람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고객 690만명의 유전자 정보를 유출해 집단소송에도 휘말려 있고요.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죠.   미국 인바이테도 파산 위기입니다. 이 회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던 곳이죠. 정밀 유전자 분석에 특화한 기업이지만 누적 부채가 15억달러(약 2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수 주 안에 추가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입니다.내가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아는 것과 그 질병을 치료하는 건 별개인 모양입니다. 게다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금 %로, 숫자로만 아는 게 크게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내 눈에 병이 보여야, 몸이 아파야 그제서야 심각성을 아는 인간의 미련함 때문일 수도 있고요. 미래가 궁금해 점집에 가서 “무엇 무엇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점쟁이에게 말을 듣지만 이를 매일 되새기며 조심하는 사람이 드문 것과 비슷한 이치 아닐까요.   참고로 한국의 유전자 검사 시장은 어떨까요. 2010년대 후반 국내 유전자 검사 시장에 20여 스타트업이 경쟁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5곳 정도만 운영 중입니다. 시장 규모도 2023년 기준 1000억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유전자 분석 데이터가 1회성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함께 추가로 제공할 서비스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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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던 ‘커피찌꺼기’로 식물을 키운다구요?

하루에도 몇잔 씩 마시게 되는 커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나 됩니다.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죠. 이 때문에 식사 후 한잔을 마시는 것이 ‘국룰’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실 때마다 걱정되는 점도 있습니다. 카페인 중독? 그것도 걱정이지만 향기로운 커피를 만들고 남은 커피박. 아메리카노 1잔을 제조하는데 보통 18g의 커피원두가 사용되고, 이 가운데 무려 16g이 커피박으로 남습니다. 이런 커피박은 생활쓰레기로 분류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지기 일쑤죠.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9년 커피박은 무려 17만6000t. 폐기비용만 41억원이 넘을 정도입니다. 이런 커피박을 현명하게 재활용하는 비법은 없을까요?   ◆커피박이 화분이나 연필로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커피박을 가져가도록 하고 있죠. 건조시킨 커피박을 천으로 된 주머니나 통에 담아 냉장고·신발장 등에 두면 탈취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죠. 탈취제로서의 기능이 떨어지면 결국 커피박은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이에 따라 보다 현명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커피박이 문구로 변신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대구 중구지역자활센터의 ‘커피큐브 사업단’은 하루 평균 약 25㎏ 정도의 커피박을 수거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건조과정을 거친 후 화분이나 연필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 50여곳에 판매중이죠.  커피박으로 만든 화분. 대구 중구지역자활센터 커피큐브 사업단◆커피박으로 친환경 토양 만든다   커피박으로 식물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커피박을 활용해 친환경 조경 토양개량제 ‘리코(RE:CO) 소일’을 개발했습니다. 삼화그린텍과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재활용의 ‘RE’, 친환경(eCO)과 커피의 ‘CO’ 그리고 토양이라는 뜻의 ‘소일(Soil)’을 결합한 단어로 ‘커피를 활용한 친환경 토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제품을 어디에 쓸까요? 주로 아파트 단지 내 화단 같은 인공지반 토양에 사용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에 까는 흙은 인공지반 슬라브 위에 놓이기 때문에 자연지반 토양 환경보다 척박해 조경에 불리합니다. 개량제를 따로 쓰지 않으면 단지에 심는 수목이 말라죽거나 생육이 부진할 수 있죠. 그래서 기존에는 진주암과 흑요석 따위를 부순 다음 1000℃ 안팎에서 구워 다공질(구멍이 숭숭 뚫린 형태) 물질로 만든 경량 골재인 펄라이트를 썼는데 운반 또는 작업할 때 비산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코소일은 비산먼지가 적을 뿐만 아니라 식물 생육에도 더 도움 됩니다.   커피박으로 만든 연료. ENF에너지◆커피박이 퇴비로도 변신   커피박이 퇴비로도 변신합니다. 커피박에는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질소‧인산‧칼륨 등이 들어 있습니다. 또 중금속 성분이 없고 악취도 적어 천연비료 역할을 할 수 있죠.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친환경 커피박 퇴비 생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생산한 퇴비는 경기를 비롯해 전남 보성, 경남 하동, 제주 지역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중입니다. 퇴비 생산업체에 커피박을 맡긴 다음, 완성된 퇴비를 구매해 농가에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서울 마포구 등 지자체들도 커피박 퇴비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커피박 수거를 원하는 업체에 60ℓ의 수거통 배부하고, 환경공무관과 동 주민센터가 주 2회 수거해 재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커피박을 연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ENF에너지는 커피박을 활용해 친환경 연탄과 숯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커피박 발열량은 5648.71㎉/㎏로 나무껍질 발열량(2827.94㎉/㎏)의 두 배, 목재 팰릿의 발열량(4300㎉/㎏)보다도 1.3배 높기 때문에 효율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수은과 납 등 5대 중금속 등 유해성분은 거의 없죠.   쓰레기인줄 알았던 커피박의 활용도가 이렇게 넓어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중동의 커피가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르네상스를 가져왔듯이 커피박의 활용도가 넓어지면서 기후위기, 환경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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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주목하는 올해 바이오 3대 키워드

인공지능(AI), 비만치료제(GLP-1), 항체·약물 접합제(ADC).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올해 주목할 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로 뽑은 세 가지입니다. 코트라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주간 탐방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1월 8∼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헬스케어 포럼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관 결과를 담았습니다. IT관련 최대 전시회로 미국의 CES와 독일의 IFA를 꼽는 것처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행사라고 보면 됩니다.   보고서는 올해 주목해야 할 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로 AI를 가장 먼저 선택했습니다. 전 사업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이 관심사인  가운데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도 기업 간 협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군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와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 랩스가 각각 암젠, 일라이릴리 등 거대 제약업체와 AI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게 좋은 예입니다. AI가 무서운 건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정보를 다룰 수 있고 결국 퀄러티 높은 물건을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R&D비용이 높고 임상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제약 업계의 특성상 AI와의 협업은 산업의 지형도와 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코트라가 두 번째로 집중한 키워드는 비만치료제인 GLP-1입니다. JP모건 리서치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인구의 9%에 해당하는 3000만명이 GLP-1을 사용, 관련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약 133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합니다.   다이어트는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꾸준한, 하지만 어마어마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분야죠. 굶지 않아도,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지 않아도 살을 뺄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몇 이나 될까요. 몇몇 제약사들이 관련 치료제를 이미 내놓고 있지만 주사를 6개월간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여전히 있습니다. 이런 불편을 조금만 줄인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따놓은 셈이죠.   코드라가 주목한 마지막 키워드 ADC. 작년 97억8000만달러 수준이던 ADC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5.8% 성장해 198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삼바는 작년 3조6000억원대 매출(연결 기준 전망치)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죠.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 삼바가 차기 캐시카우로 삼은 게 바로 ‘ADC’입니다.   삼바는 물론이고 경쟁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도 ADC 생산시설을 내년 1분기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내년 1분기 미국에서 ADC 공장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ADC는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블루칩으로 통합니다. 그런데 ADC가 뭘까요? ‘항체 약물 접합제’라고는 하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ADC는 쉽게 말해 유도탄 방식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것입니다. 암세포를 찾으려는 항체에, 특정 암세포 항원 단백질을 공격하는 ‘저분자 세포독성약물’을, ‘화학적으로 결합’ 시킨 구조입니다. 항체가 약물을 암세포까지 유도한 뒤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죠. 기존 화학 요법 대비 효능을 높이고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고형암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고형암은 백혈병 등으로 대표되는 혈액암 대비 상대적으로 치료가 힘들죠. 혈액암은 주사를 놓으면 혈액이 몸 전체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세포들을 죽이지만 고형암은 특정 부위에만 종양이 있는 만큼 약물이 도달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현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찌산쿄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ADC 개발 붐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57개의 새로운 ADC가 초기 개발 단계인 임상 1상에 진입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49개 ADC 관련 임상이 진행 중이라고 하니 가히 ADC 춘추전국시대군요.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승인된 ADC 품목은 15개에 불과합니다.   3대 키워드 가운데 AI와 비만치료제의 경우 기술 진입 장벽과 경험치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ADC의 경우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입니다. 몇몇 국내 연구진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2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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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황·정조·괴테·처칠이 똑똑한 이유는?

‘BC(Before COVID-19·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VID-19·코로나 이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정말 많이 바꿔놓았죠. 그중 하나가 바로 회의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거의 없었던 회상회의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죠. 코로나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화상회의를 했지만 엔데믹을 맞이했는데도 화상회의는 여전히 인기입니다. ‘시간도 없는데 굳이 대면회의를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화면만 보고 회의하면 답답하다’는 분들이 없지 않지만 잘못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꼰대’로 찍힐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회상회의가 여전히 대세인데 좀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화상회의에서 유능해보이는 비법은?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서 재미난 연구결과가 발표했습니다.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화상회의에 사용한 배경과 소품에 따라 이용자의 신뢰와 역량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즉 같은 사람이더라도 배경과 소품만 잘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더 많은 신뢰감을 주고 역량이 높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어떤 배경과 소품을 사용해야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요? 더럼대 연구진은 다양한 배경 앞에서 웃고 있거나 무표정한 표정의 남성과 여성의 스틸 이미지를 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영국에 사는 19~68세 사이 성인남녀 167명을 대상으로 원격 화상회의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을 보고 능력과 신뢰도를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 뒤편에 식물이나 책장이 놓여 있을 경우 좋은 평가를 내렸죠. 연구진이 해당 사례라며 논문에 게재한 사진을 보면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 뒤편으로 식물이 심겨진 화분 6개가 나란히 등장합니다. 또 다른 사진에는 화면 배경이 되는 벽 전체에 각종 서적이 가득 꽂힌 책장이 보입니다.   연구진은 반대로 거실 같은 주거 공간이 그대로 노출됐을 때에는 평가가 좋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사진을 보면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돼 있기는 하지만, 넓은 소파와 카펫 등이 그대로 보이는 거실이 등장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뜬금없는 배경 화면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연구진은 북극 빙하 위에 물범이 누워있는 사진을 예로 들었습니다.   ◆비대면 면접도 배경에 신경써야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격 화상회의를 할 때, 자신을 남들에게 더 유능하게 보이도록 하고 싶다면 화면 배경에 식물이나 책장을 배치하면 됩니다. 이는 화상회의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죠. 요즘은 면접도 비대면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연구진은 “좋은 인상을 주려면 배경 화면을 설정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배경에 식물을 넣거나 책장을 배치하고 긴장된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을 보여야 유능함을 어필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유능한 인물들의 투잡은?   가상 배경이 아니라 실제 식물을 가까이해도 유능하게 보일 수 있을까요? 서울대 환경대학원 성종상 교수가 쓴 ‘인생정원’에 재미난 대목이 나옵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퇴계 이황, 토머스 제퍼슨, 찰스 3세, 윈스턴 처칠, 정조대왕, 클로드 모네, 소쇄옹 양산보, 고산 윤선도, 안평대군···.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위대한 인물들이죠.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투잡을 뛰었는데 본업 말고 했던 일이 바로 ‘정원사’였다는 거죠. 이들은 거처를 옮길 때마다, 삶의 위기를 맞았을 때도 정원 사랑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모네는 “가진 돈 전부를 정원에다 쏟아부었지만 그래도 황홀하기만 하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들이 왜 이렇게 식물을 가꾸는 정원일에 몰두했을까요? 식물이 지혜를 주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유능해 보이고 싶다면, 실제 유능해지려면 식물을 가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2024-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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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친환경 용기에 관한 불편한 진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친환경 용기는 무얼까요. 단일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됐는가? 100% 재활용이 가능한가? 혹은 100% 생분해되는 식물성 소재로 만들었는가? 등을 따지고 있죠. 예를 들어 최근 플라스틱을 활용한 스프링으로 펌프를 만드는 제조업체가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펌프들도 친환경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용기 역시 친환경으로 통하고요.   우리는 플라스틱을 ‘플라스틱 분리 배출통’에 처리합니다. 분리 배출이 쉽다는 점 그리고 나름 환경을 생각해 ‘분리 배출’이라는 행동을 한다는 점에서 죄책감이 줄어드는 게 사실이죠. 그런데 과연 우리가 분리 배출하고 있는 이 녀석이 정말 친환경일까요? 일반적으로 플라스틱 용기들의 원료는 PP, PE, PET입니다. 이러한 용기들은 분리배출을 하면 다시 재생, 재활용되는데 이런 용기를 PCR(Post-Consumer Recycled)이라고 하며 기계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나뉩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분자구조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다시 가공하는 기술로 아직은 상업적 단계 전이며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 중입니다. 그래서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형태는 기계적 재활용이며 사용된 용기를 재활용해서 회수->분쇄->분리->세척->변환->혼합(기존 플라스틱과 적당한 비율로)해 최종 제품으로 재탄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PCR용기는 100% 재활용 플라스틱이고 신규 플라스틱의 사용량을 감소시킴으로써 탄소 배출 절감이라는 장점이 있죠. 단점은 기존의 신규 플라스틱 원료로 만든 것 보다는 다소 낮은 품질을 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컬러의 폐플라스틱이 혼합되다 보니 순도를 높이기가 어렵고 그러다 보니 품질이 떨어지고 외관상으로도 불량 용기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보통의 화장품 용기는 안에 내용물이 피부에 직접 닿는 특성상 일단 깔끔하고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느낌이 들어야 합니다. 그런 까닭에 PCR 용기는 세제통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재활용 가능한 횟수도 제한적이어서 아직은 계속 개발해 나가야 하고 검증도 해야 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죠.또 하나의 친환경용기는 PCR(Poly Latic Acid)형태이면서 식물성 소재로 만들어져 퇴비화 조건에서 완전 분해되는 100% 생분해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요즘 옥수수 용기, 사탕수수 용기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을 텐데 바로 그런 제품들입니다. 이런 용기들은 퇴비화 조건에서만 완전 분해되는데, 퇴비화 조건이란 퇴비화(발효)를 촉진하기 위해 미생물이 증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죠.이를 위해서는 20℃ 이상의 온도 유지, 수분조절, 산소공급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생분해 되면서 자연에서 얻어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사이클이 성립(6개월)되는 진짜 친환경 플라스틱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국내에는 제대로 된 퇴비화 시설이 없고 일반 토양에서의 생분해 검증이 미흡해 아직 일반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화장품 업계 입장에서는 화장품에 이들 용기를 적용했을 때 내용물과의 반응이 어떻게 될지, 피부에 반응이 어떻게 나타날지 등이 중요하죠.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아 인체에 쓰이는 용기에는 더 정확한 분석이 필요합니다.무엇보다 이러한 친환경 용기들은 한 번 더 생산 과정을 거치는 만큼 비용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일반 용기보다 비싸고 그것은 결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친환경 플라스틱이 환경에는 좋지만 가격 측면에서는 불리한 셈입니다.   요새 ESG 경영이 부각되고 친환경 이슈가 커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무늬만 친환경인 느낌을 지울 수가 없군요.미국 환경보호국은 플라스틱 빨대를 만들 때 보다 같은 무게의 일반 혼합지로 종이 빨대를 만들 때 5.5배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고 경고합니다. 친환경 종이테이프 역시 양쪽 면에 코팅이 돼 실은 재활용률이 낮은데다 접착제 성분들은 물에 잘 녹지도 않습니다. 종이라고 해서 반드시 친환경 대체 수단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죠.결국 친환경은, 친환경이라는 이슈 속에 친환경 마크를 달고 있는 마케팅 수단일 뿐이라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말이죠.그럼에도 우리는 친환경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연구 개발을 해야합니다. 그럼 결국 실천할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겁니다. 정말 완벽한 친환경 용기가 탄생하는 날이 빨리 찾아오길 기대합니다.

2024-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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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GDP 1%포인트 올릴 수 있는 비법은?

  새해를 맞아 건강을 챙기겠다는 결심을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운동과 다이어트는 물론 식단을 바꾸기도 하는데요. 육식을 줄이는 대신 채식을 늘리는 거죠. 아무래도 채식이 더 건강에 도움 되기 때문인데요.이런 식단 조절이 우리 몸만 지켜주는 것이 아닙니다. 지구의 건강을 되찾아 주고 세계 GDP를 1%나 증가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육식 절반도 줄여도 사망자 30% 감소   육식은 세계 식량 에너지 공급의 20% 미만을 차지하지만, 토지 이용과 수자원 사용, 생물 다양성, 온실가스 배출 등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매우 큽니다. 이 때문에 동물성 식품을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하면 식량 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죠.실제로 오스트리아 국제 응용시스템 분석연구소(IIASA) 마르타 코지카 박사팀은 전 세계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우유 소비량의 50%를 식물성 식품으로 대체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는데요. 그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농지 면적이 12%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숲과 다른 자연 녹지 등의 파괴도 거의 중단되는 것으로 나타났죠. 또 작물 재배지에 비료 등으로 투입되는 질소량은 거의 절반으로 감소하고 물 사용량 역시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습니다.이런 효과를 종합하면 2050년 농업과 토지 이용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2.1기가 이산화탄소 환산 톤(GtCO₂eq/year)만큼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이는 2020년 총배출량의 31%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덕분에 대기 질이 개선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최대 23만6000명의 조기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실외 대기 오염과 관련된 조기 사망은 무려 400만 명. 이줄 약 5분 1인 80만 명 가량이 육식위주의 식단을 뒷받침하기 위한 농·축산업 시스템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육식을 절반만 줄여도 사망자가 30% 가까이 감소한다는 것이죠.이와 함께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와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생물 다양성 손실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사용되지 않는 농경지의 산림 복원으로 얻을 수 있는 기후변화 완화 효과도 두배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연구팀은 동물성 식품 50% 대체 시 생태계 파괴가 기존 예측의 절반 정도로 줄고 90% 대체 시에는 2030~2040년 생물 다양성이 감소에서 증가로 돌아서는 등 생물 다양성 개선 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내 몸은 물론 지구도 구할 수 있어   이뿐만이 아니죠. 채식으로 인한 파급효과는 경제에도 도움을 줍니다. 깨끗한 공기는 농장에서 공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에서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주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의 추정에 따르면 인류가 완전 채식으로 전환하면 전 세계 GDP가 1% 이상, 즉 1조3000억 달러나 증가할 수 있습니다.연구팀은 “대기 질을 개선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우리의 건강과 경제에 유익하다. 따라서 우리는 식단 변화가 정책 메뉴에 확고히 포함되어야 한다. 더 많은 식물성 식단을 수용하는 것은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비용 효과적인 전략”이라고 주장했습니다.이쯤되면 모두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내 몸은 물론 지구와 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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