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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세포공장’ 바이오파운드리와 합성생물학 작성일 2022-12-02 조회 9065 번호 144
*바이오 파운드리 국가 주도로 구축


지난달 29일 정부가 바이오 분야 판도를 바꿀 전략기술인 ‘합성생물학’ 육성을 위해 핵심 기반 시설인 바이오 파운드리를 국가 주도로 구축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위해 5년간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는데요.

다음과 같은 5가지 목표도 내세웠습니다.

▲2030년까지 합성생물학 기술수준 세계최고 대비 90% 달성
▲향후 10년 내 제조산업의 바이오전환 30% 달성
▲세계 최고 수준 국가 바이오파운드리 구축·활용
▲합성생물학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6대 전략분야 집중 육성
▲합성생물학 발전을 위한 법·제도, 협력, 인력양성

이를 통해 코로나19백신으로 유명한 모더나와 같은 세계적인 바이오기업을 만들겠다는 계획입니다.


*왜 뜬금없이 모더나?


정부는 이번 계획을 발표하며 ‘한국판 모더나’를 언급했습니다. 모더나가 합성생물 분야 기업인 징코바이오웍스(Ginkgo Bioworks)에서 균쥬를 받아 코로나19 백신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때 징코바이오웍스가 균주를 대량으로 모더나에 공급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바이오 파운드리에 있었죠.


*바이오파운드리란?


바이오파운드리는 반도체의 파운드리와 마찬가지로 바이오 관련 위탁생산 전문업체를 뜻합니다. 사람이 직접 실험하고 생산했던 기존 바이오 업체와는 달리 바이오파운드리는 디지털, AI(인공지능), 로봇 등 ICT(정보통신) 기술과 융합하는 것이 특징이죠. 설계는 물론 제작·시험·학습 등을 표준화하고 자동화·고속화해 유용한 인공세포나 바이오 소재를 개발·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간 바이오의 단점으로 지적돼온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셈이죠.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런 자동화된 바이오파운드리를 자율주행차의 개념을 빌려 ‘자율주행랩(Self-driving lab)’ 또는 ‘꺼지지 않는 세포공장’이라 부릅니다. 이런 바이오파운드리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합성생물학이라고 부릅니다.

*합성생물학의 가능성은?


바이오파운드리라는 놀라운 무기를 장착한 합성생물학은 유전자를 편집해 기존 생명체의 기능을 변경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생물 체계를 합성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2010년 이전에는 세포를 설계하거나 DNA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합성생물학 덕분에 빠르고 쉬워졌다는 거죠.

대표적인 것인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 분야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입니다. DNA 합성기술의 가격이 지난 15년간 10분의 1로 떨어지는 데는 합성생물학이 큰 기여를 했다는 거죠. 또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역시 인공적으로 합성한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기반으로 한 합성생물학의 성과죠. 2003년 설립된 미국 기업 아미리스도 합성생물학을 통해 개발한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뿐만아니라 바이오가 의료나 건강을 넘어 농업, 식품,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적용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예를들어 세포를 키워 만든 인공 고기 ‘배양육’, 미세조류 등을 활용한 바이오연료 등도 합성생물학을 통해 만들 수 있다는 거죠. 덕분에 시장조사업체인 맥킨지는 합성생물학 관련 전세계 시장규모가 2030년 경에는 연간 최대 3조6000억 달러(약 464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가 합성생물학 육성과 바이오파운드리 설립을 서두르고 있는데요.

미국은 지난 9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제조 이니셔티브’에 서명하며 핵심 전략 분야 중 하나로 합성생물학을 꼽았습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각각 5곳과 4곳의 바이오파운드리를 운영중이고요. 중국은 내년부터 대규모 바이오파운드리 단지 운영에 들어갑니다.

우리나라도 내년 중 가칭 ‘합성생물학 연구진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발의할 예정입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합성생물학 전문대학원을 신설하고 융복합 교육과정을 개발해 합성생물학 전문인력을 2030년까지 1000명 양성한다는 목표죠.


*위험성은 없을까?


합성생물학은 바이오에 인공지능을 경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SF영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자칫 프랑켄슈타인같은 괴물이 탄생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생기죠.

실제로 전문가들은 합성생물학의 4가지 위험 요소를 경고합니다.

첫째, 불평등한 접근=아무래도 합성생물학은 개발도상국보다 부유한 국가에서 빠르게 추진될 수밖에 없죠.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면 새로운 유형의 기술에 대한 접근권이 전 세계적으로 동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 때 백신이 선진국 위주로 공급됐던 것처럼 말이죠.

둘째, 의도하지 않은 생물학적 결과=ICT 기술을 이용한 생물학적 시스템 조정이 자칫 생태계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거죠. 특히 모든 종류의 생명체는 조작될 때 항상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생태계를 파괴할 지도 모릅니다.

셋째, 도덕적 문제=아예 의도적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과학자가 등장할지도 모르죠. 특히 인간 배아 편집과 같은 도덕적 논란 소지가 큰 분야에 합성생물학이 이용된다는 사회 시스템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습니다.

넷째. 생물무기=더 나아가 합성생물학이 악의적으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이러스를 재생성하거나 박테리아를 조작해 인류 생명을 위협하는 데 악용될 수도 있죠.

따라서 합성생물학 육성과 경제적 효과에만 관심을 둬서는 큰일 날 수 있습니다. 합성생물학으로 인한 사회적·환경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바이오 개발자, 연구자는 물론 국가·사회 간의 논의와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합니다. 과학자들에 대한 윤리적 요구와 함께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비한 법 정비도 필요하고요. 이런 일들 선행되기 전에 투자부터 언급해서는 안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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