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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위협하는 괴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작성일 2022-10-23 조회 7602 번호 120
주말 미세먼지 상황이 좋지 않아서 넷플릭스를 열었는데 추천작 중 '물괴'라는 사극이 있었습니다. 포스터와 내용 소개를 보니 괴물 같은 게 나오고 백성들이 정체불명의 생명체 탓에 피해를 입는 듯 했습니다.

괴물이 아니고 물괴라니... 앞글자와 뒷글자를 바꾼 건지 원래 이런 말이 있었는지 궁금하더군요. 그런데 영화를 보자마자 바로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극 시작과 함께 친절하게 자막으로 조선 중종 때 있었던 기록이라면서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 문구를 드러냅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적어도 검증된 기록물에 등장한 내용을 기반으로 제작됐다는 뜻이죠. 실제 중종 시절에 물괴가 존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물괴라는 존재 혹은 공포 탓에 사회가 한동안 어수선했다는 의미죠. 여기서 우리는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 물괴든 괴물이든 그런 게 현실적으로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에 정치인들이 특수한 목적을 위해 꾸며낸 이벤트 아닌가 하고 말이죠.

조카 단종을 죽이면서 왕이 된 세조. 세조실록에도 세조가 정치를 시작하자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부처님이 나타났다는 실로 믿기 힘든 내용이 등장합니다. 이 역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세조를 찬양하기 위한 당시 기득권들의 이벤트일 겁니다. 그런데 '물괴'는 이런 짐작을 극 중후반에 깨버립니다. 영의정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이 더 이상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 중종을 폐위시키고 또 말 잘 듣는 새로운 임금을 추대하기 위해 가상의 괴물을 만든 줄 알았는데 정말 괴물이 있었던 겁니다.

당시만 해도 홍수, 가뭄, 전염병 등이 장기간 지속하면 임금이 모자라서 그렇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이는 충분히 쿠데타 혹은 반정의 명분이 됐던 것이죠. 그 못된 연산군도 우리가 제거했는데 우리가 키운 중종쯤이야... 이런 생각을 했겠죠.

4년 전 개봉한 영화라 스포일러가 문제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지만서도 이번 칼럼을 읽은 독자들을 위해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겠습니다. 물괴도 한때는 귀여운 동물이었습니다. 신비롭기까지 했던 생명체였습니다. 다양한 교배를 거친 소위 '잡종'이었습니다. 그런데 중종 반정이 일어나면서 이 녀석을 제대로 돌봐줄 사람들이 사라집니다. 당장 먹을 음식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전국에 역병이 돕니다. 이에 조선 정부는 지금 돼지들을 살처분하듯이 한 데 모아 시체를 버립니다. 감염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도 가족인 경우 그냥 묻어버립니다. 그런데 하필 시체들을 버린 장소가 '귀여운 생명체'가 살던 곳에서 멀지 않았습니다. 굶어죽지 않기 위해 이 녀석은 바이러스 혹은 세균이 가득한 시체를 먹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은 물괴가 됐습니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나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 생각에 차이가 있으니 말이죠. 그럼에도 이 영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무엇보다 인간을 위해 인간이 아닌 생명체의 교배, 이종간의 결합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느냐는 점입니다. 물괴가 시체를 먹어서 물괴가 된 것인지, 이종교배로 자연의 컨트롤을 벗어나서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행동이 역으로 인간을 공격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영화의 메시지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유전자를 조작한 야채들을 선보였는데 대파 한단의 키가 2미터 50센티미터였습니다. 바로 옆에 중국 농구 선수 야오밍의 등신대가 있었는데 그의 키는 2m20cm 정도였습니다. 성인 얼굴만 한 고구마, 팔뚝만한 생강도 공개했습니다. 뭐든지 크고 길고 화려한 걸 좋아한다는 중국이지만 먹는 것까지 굳이 이런 식으로 변형을 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콩, 옥수수 등 유전자조작 음식에 대한 유해 논란은 여전합니다.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와 무해하다는 증거가 모두 넘친다는 뜻이죠. 먹어서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는 뜻인데 독자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하지만 마데카솔이나 아스피린처럼 자연에서 얻은 성분을 기반으로 인간이 가공한 의약품들이 우리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것도 사실이죠. ‘Let it be’(그냥 놔두세요)를 어디까지 하느냐 이것이야 말로 ‘죽느냐 사느냐’의 고민만큼 큰 문제가 됐습니다.

또 생각해 볼 부분이 전염병과 미신 그리고 공포입니다. 영화에서 물괴에 물린 사람들은 특유의 상처가 생기는데 문제는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들도 전염병 환자 취급을 받는다는 겁니다. 지난 2~3년 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과 똑같지 않나요? 이렇게 하면 금방 낫는다, 백신을 맞으면 더 위험하다 등의 유언비어가 난무했죠. 전염병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무지, 폭력, 따돌림, 비난, 차별이 더 무섭지 않았나요?

인류는 과학과 기술의 발전 덕에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즉 과학과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도 공룡처럼 예전에 멸종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과학과 기술을 맹신한 채 지나치게 오만해진다면 언제라도 물괴의 습격을 받을지 모릅니다. 어쩌면 인류는 또 해결책을 구하겠죠. 하지만 매번 이런 식으면 너무 피곤하지 않나요? 그 에너지를 조금 더 고상한 곳에 쓰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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