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와 관련된 책 내용을 바이오 관점에서 살펴보는 ‘송도책방’입니다.
식물이 인간을 길들인다?!
유발 하라리가 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가 농업혁명입니다. 인간이 유목생활을 버리고 농사를 지으면서 문명이 발전했는데요. 특히 소화하기 힘들었던 야생 밀이 진화하면서 천상의 맛으로 변했고 채집만 하던 사피엔스는 직접 밀을 재배하기 시작합니다. 다양한 열매와 동물로부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던 사피엔스는 밀을 먹으면서부터 기존에는 없던 디스크, 관절염, 탈장 등은 물론 영양실조에 시달리게 됩니다. 하지만 밀에 중독된 사피엔스는 밀을 끊지 못하죠.
결국 ‘사피엔스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를 길들였다’고 하라리는 강조합니다.
식물이 세계사까지 바꾸었다?!
밀과 같은 식물이 우리를 길들인 것을 넘어 세계사도 바꾸었다고 주장하는 책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식물’.
저자는 ‘이나가키 히데히로’. 일본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농학 박사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식물학자라는 설명이 붙어있습니다. 식물학은 물론 해박한 세계사 지식을 효과적으로 접목해 책을 완성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읽기 전부터 기대가 컸는데요,
그래도 이해하기 힘들죠. 가만히 있는 식물이, 동물의 먹잇감으로 보이는 식물이 세계사를 바꿨다?
하지만 저자는 주식으로 먹은 밀은 물론 감자, 벼, 콩, 옥수수. 음식의 풍미를 더 해주는 후추, 고추, 양파, 사탕수수. 없으면 아쉬운 차와 토마토. 그리고 목화와 튤립까지 세계사에 큰 기여를 했다고 주장합니다.
도대체 이런 식물들이 어떻게 세계사를 바꾸었을까요?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감자입니다. 저자는 감자가 오늘날 미국을 만들었다고 주장하는데요.
세계사 시간에 19세기 아일랜드에서 발생한 감자 대기근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감자 역병 때문에 100만 명이상이 굶어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때 살길을 찾아서 400만 명 넘는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주했습니다. 그런데 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자의 후예들이 오늘날 미국을 이끌어가는 세계적 지도층이 됐는데요. 케네디 대통령, 월트 디즈니, 맥도널드 햄버거 창업자 등이 대표적이죠. 게다가 부족한 노동력도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채워줘 미국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는데요. 아일랜드 사람들의 이민이 없었다면 지금 세계지도의 지형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거대한 피라미드를 만든 고대 이집트의 노동자들이 허리춤에 양파를 매달았던 이유
*후추를 향한 ‘검은 욕망’이 세계지도를 바꾼 이야기
*미국에서 토마토가 재판에 회부된 사연
*새에게 먹혀 널리 번식하고자 하는 고추의 독특한 진화 전략
*인류의 재앙 노예무역을 부른 달콤하고 위험한 맛 사탕수수
*인류 역사상 최초로 거품 경제를 일으킨 욕망의 알뿌리 튤립
등의 내용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식물이 얼마나 열정적으로 움직이면서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인류 역사를 만들어냈지 알 수 있습니다. 수동적으로만 보였던 식물의 위대한 능동성을 맛볼 수도 있고요.
저자는 이런 질문도 합니다.
“외계인이 지구를 방문했을 때 지구의 진정한 지배자를 누구로 볼까?”
저자의 대답은 인간이 아니라 식물.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