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 입사한 서 수석연구원. 17년째 바이오에프디엔씨에 몸담고 있기 때문일까. 그를 부르는 다양한 호칭과 직책이 있습니다. “서쌤~”부터 영업본부장, 연구부소장 그리고 명함에 박힌 수석연구원... 그만큼 다양한 일을, 그것도 책임지는 자리에서 하고 있는 분이죠.
연구개발, 원료기술 영업, 정부과제, 특허관리 등 정말 지금까지 만나본 바이오에프디엔씨 가족 중 가장 많은 일을 하고 계시네요.
“식물이나 식물세포를 활용한 원료 개발 그 어떤 것도 자신 있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우리 회사에서 개발된 원료나 소재는 모두 저를 거쳐갑니다!”
높은 데시벨의 서 본부장의 목소리에서 과장이 아닌 자신감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그는 “지속가능성, 친환경과 같은 덕목을 바이오업계에도 요구하는 시대”라며 “우리는 버리기 일쑤인 식물세포 배양 배지에서도 좋은 물질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고 이를 이용한 소재도 개발했다”고 근거 있는 자신감을 구체화합니다.
식물세포를 연구하는 과학자하면 하얀 가운을 입고 연구실에서 일하는 모습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서 본부장 역시 남들은 평생 한 번 하기 힘든 경험을 수 차례 했습니다.
그가 꼽은 첫 번째 극한체험은 2016년 북극입니다. 말로만 듣던, 다큐에서만 봤던 북극 다산기지에 갔던 사례입니다. 서 본부장이 북극까지 간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런 곳에서도 식물이 살까 싶지만 북극에서도 어김없이 생명이 싹틉니다. 무엇보다 특이한 환경인 만큼 기존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식물과 식물세포를 얻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노르웨이에 가서 다시 스발바르로 가는 경비행기까지, 수차례 비행기를 갈아탔어요. 특히 경비행기는 짐까지 합쳐서 100kg을 넘기면 추가로 적지 않은 돈을 내야된다고 해서 다이어트까지 했습니다. 무엇보다 제 실험재료까지 다 챙겨야 해서 살을 더 많이 빼야했죠.”
연구를 위해,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평소에는 관심 없었던 다이어트를 했던 그. 1주일간의 다산기지 생활은 지옥 수준이었다고 하네요. 서 본부장은 “백야 현상 탓에 지금이 밤인지 낮인지 시간이 가는지 멈췄는지 알 수가 없었다. 연구에 방해된다고 모든 무선통신을 다 차단했다”며 “하필 그때 배편이 끊겨서 공용식당에 식자재가 들어오지 못했고 일주일간 통조림과 빵만 먹었는데 이후 6개월간 두드러기 치료약을 먹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농담 삼아 북극곰은 못봤느냐고 했더니 뜻밖의 반응이 돌아옵니다.
“기후 변화 탓에 가끔 미친 곰이 나타나니 주의하라고 하더라고요. 설마 했는데 정말 백곰이 나타났어요. 신기해서 곰을 멀리서 구경하고 있는데 현지 분들은 대포 같은 망원렌즈가 달린 카메라로 촬영을 하시더라고요.”
서 본부장이 입사 17년차라는 건 모상현 대표와의 사내 인연도 17년째라는 뜻입니다. 얼마나 손발이 잘 맞으면 17년을 함께 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부부도 17년을 같이 지내면...”이라며 말끝을 흐리면서도 “모 대표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다. 대표님과 회사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훈훈하게 매듭을 짓습니다.
두 번째 극한 체험은 보건복지부 과제 해결 차 향했던 울릉도 프로젝트입니다. 강원도 강릉에서 배를 3시간 타면 도착하는 울릉도. 차를 3시간 타도 힘든데 배를 그렇게 타면 아무래도 울렁울렁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울릉도팀에는 전날 배멀미약을 반드시 복용하라는 지침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좋지 않은 날씨를 걱정하는데 몰입했던 탓일까요. 서 본부장은 멀미약을 먹지 못했습니다.
“배를 타자마자 바로 토했어요. 계속 토했어요. 검은 봉지를 아예 입에 대고 있었습니다. 그때 모대표님이 수차례 물을 가져다주면서 저를 챙겨주셨어요. ‘대표님도 힘드실텐데요’라고 했더니 ‘나는 해군 출신이라 괜찮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정말 멋있어 보였는데 대표님도 힘들어 보이긴 했거든요...”
울릉도 프로젝트는 울릉도에서 나는 식물을 채취해 연구하는 것입니다. 조선 숙종 임금의 후궁 장희빈의 사약 재료로 쓰인 천남성이 대표적입니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식물이지만 식물 그 자체는 정말 아름답다고 하네요. 그런데 모 대표가 천남성의 일부를 열매인줄 알고 살짝 깨물었는데 곧바로 입이 마비되고 다리가 풀리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현지 가이드께서도 천남성을 주의하라고 하셨는데 열매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그게 열매처럼 생겼지만 열매가 아니었어요. 다행히 제가 옆에 있었고 모 대표께 계속 물을 마시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상황이었어요.”
천남성 사건에서 교훈을 얻은 울릉도팀은 돌외, 섬초롱, 해국과 같은 식물로부터 피부장벽을 강화하는 소재를 개발했고 애경그룹의 화장품 ‘에이지 20’s 팩트’ 원료로 납품하고 있습니다. 울릉도 자생식물인 백리향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안타깝게도 원하는 기능을 찾지 못했다고 하네요.
“극한체험을 마다하지 않는 진정한 과학자라고 포장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웃음) 저는 17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에요. 제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 있는 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아들 키우는 직장맘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일 할 때는 집중합니다.”
17년간 수많은 경력 사원들과 조우한 서 본부장. “그 분들이 경직돼 있다”는 뜻밖의 말을 합니다. 그는 “우리 회사에는 꼰대가 없다. 대표나 임원들도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배려와 열정이 남다른 회사인 만큼 즐겁게 회사 생활을 하시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