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요.”
아마도 이런 말을 들으면 콧방귀를 끼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입도 없는 식물에게 이야기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거든요. 하지만 식물들이 내는 작은 소리를 직접, 간접적으로 들을 수 있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로봇이 설명해주는 식물 이야기 어때요?
서울시 최초의 공립 수목원인 서울대공원식물원에서는 지난 4월부터 ‘식물원 지구여행’ 프로그램을 운영 중입니다. 1시간씩 매일 3차례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숲해설가가 전해주는 재미있는 식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단군신화부터 약초원까지 우리에게 유익한 식물의 역사와 의미는 물론 선인장과 다육식물이 사막기후에서 물을 절약하며 살아남는 지혜 등도 배울 수 있습니다. 파리지옥과 끈끈이풀 등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들의 애환도 들을 수 있고요. 인터넷으로 선착순 접수를 받으며 비용은 무료.
혹시 선착순 신청을 실패했다면 스마트폰 큐알(QR)코드를 활용한 비대면 설명을 듣는 것도 가능합니다. 식물원을 대표하는 30종의 식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문 성우가 실감나게 들려줍니다.
부산의 대표 도심공원인 부산시민공원에서도 식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접할 수 있습니다. 지난 5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온가족이 함께하는 생태환경 교실인 ‘숲해설 프로그램’과 ‘정원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덕분입니다. 공원 숲속을 거닐며 다양한 나무와 풀, 곤충들의 계절별 특성에 대한 자세한 해설을 듣고 숲속놀이, 자연물 만들기 체험 등도 접해볼 수 있습니다. 부산시민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신청하면 무료.
출처: 서울시
2019년 정식 개원한 서울식물원에서는 깜짝 놀랄 식물 해설사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안내로봇 ‘로보타닉‘. ‘로봇(robot)’과 ‘식물원’을 뜻하는 ‘보타닉(botanic)’의 합성어인 로보타닉은 1000여 종에 달하는 방대한 식물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특히 로보타닉 화면에서 원하는 식물을 검색하면 바로 식물의 위치까지 안내해주고 영상자료로 보충설명도 해줍니다. 다양한 퀴즈를 통해 식물의 비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문 자격증은 물론 전용 앱도
듣는 것에 그치지 말고 직접 식물들의 이야기를 전할 수는 없을까요? 숲해설가 자격증이 있습니다. 산림청 인증 자격증으로 자연휴양림, 수목원, 도시숲 등에서 식물과 인간의 소통을 돕는 통역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숲길등산 지도사의 경우 이름 그대로 등산이나 트레킹 도중에 만나는 다양한 식물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역할을 합니다. 유아숲지도사는 유아들이 숲에서 식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세 자격증 모두 업무 난이도가 높지 않고 자연에서 힐링하며 활동하는 덕분에 중장년층에게 인기. 다만 파트타임 형태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 수입은 높지 않습니다.
굳이 자격증을 따지 않아도 식물이야기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바로 식물 관련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는 것인데요. 네이버 앱에서는 하단에 있는 녹색 동그라미 버튼의 ‘렌즈’를 실행하고 식물을 찍으면 식물의 이름과 관련 이야기를 바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다음 앱에는 아예 ‘꽃검색’이란 메뉴가 따로 있죠. 검색창에서 ‘꽃 모양’ 버튼을 터치한 후 알고 싶은 식물을 찍으면 됩니다. 이름은 물론 개화시기, 학명, 원산지, 꽃말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자녀나 조카 등에게 숲해설가 흉내는 충분히 낼 수 있도록 도와주죠.
식물들이 만개하는 여름.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위해 주변의 숲이나 공원으로 가보면 어떨까요. 식물들이 속삭이는 비밀 이야기가 들려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