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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책방]내가 키우는 식물은 어디 출신일까? 작성일 2023-07-15 조회 8391 번호 56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는 의미의 식집사’. 희귀한 식물을 키워 수익을 내는 식테크’. 식물을 바라보며 생각을 비우는 식물멍까지···. 코로나 이후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에 지친 마음을 푸는데 식물만한 것이 없기 때문인데요. 인류는 언제부터 집안에서 식물을 키우며 위안을 받았을까요?

 

신석기 혁명으로 인간이 식물을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식물이 본격적으로 집안에 들어온 것은 17세기초, 겨우 400년 정도 밖에 안됐다고 합니다. ‘무슨 근거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실 텐데요.


◆실내식물의 고향은 열대지방?


 정원사이자 문화학자인 마이크 몬더가 ‘실내식물의 문화사’(교유서가)라는 책에서 내놓은 주장입니다. 영국의 큐 왕립식물원, 하와이 국립열대식물원 등에서 일했고 케임브리지대의 케임브리지보존계획(Conservation Initiative) 전무이사를 맡고 있는 몬더는 식물 중에서도 실내 식물에 마음이 꽂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실내식물들이 어디 출신이고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집안에 들어오게 됐는지를 탐구했는데요.


놀랍게도 우리가 집안에서 키우는 식물의 대부분은 열대지방 출신이라고 합니다. 정글에서 키가 크고 빽빽한 나무 아래에서 적은 빛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열대의 관엽식물들이 문화와 기술의 발전, 유전학과 식물생리학 등 과학의 발달을 기반으로 하는 ‘혁명적’ 사연을 품고 실내식물로 변신했다는 거죠.


물론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여성 파라오 하트셉수트는 신전에서 키울 유향나무를 구하기 위해 원정대를 파견해 식물을 채집했는데요. 이미 인류는 오래전부터 야생에서 채집한 이국적인 식물들을 실내에서 키울 수 있도록 생리와 형태를 변형시키는 방법을 고안했었습니다. 식물을 교배해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육종 기술도 발전시켰고요.


 워디언 케이스’ 


실내식물 수출도 가능해져

 

이런 기술이 본격화된 것은 17세기, 과학혁명이 실내식물을 키울 수 있는 기술발전을 가속화하는데요. 이렇게 탄생한 실내식물에 상품성까지 생기면서 수출도 이뤄졌습니다. 운송 과정에서 생존율을 높일 수 있도록 만든 상자인 워디언 케이스등 여러 방법도 생각해냅니다. 무엇보다 구매자의 눈길을 끌 수 있도록 아름답게 식물을 꾸미는 것도 잊지 않았죠.

 

이런 노력이 꽃망울을 터뜨린 것은 19세기. 오늘날 우리가 기르는 식물 대부분이 이때 대거 등장한 양묘장에서 이종교배 등의 기술을 통해 재배화 수순을 밟은 것들이라는 군요. 덕분에 싱싱하고 거대한 초록 잎이 달린 몬스테라나, 색깔과 문양이 화려한 칼라디움, 각종 다육식물과 선인장, 제라늄, 금전초 등 실내 공간에서 다양한 열대 식물들을 기르는 일이 지금은 특별한 일도 아닙니다. 슈퍼나 온라인에서도 살 수 있죠.

 

이를 저자는 이렇게 표현합니다.

 

파인애플이 통조림이 된 것처럼 신비감이 사라졌다

 


야생은 사라지고 실내식물만 생존?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요? 실내 식물로의 진화에 어두운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종에 대한 경쟁적인 채집 과정에서 서식지 보존은 무시됐고, 원산지에 보상도 제공되지 않았다는 거죠. 이로 인해 현재 야생종 아프리칸바이올렛은 몇 십년 안에 완전히 멸종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재배종 아프리칸바이올렛은 북반구의 가정에서 정성스레 길러지고 있는 역설적 상황까지 벌어집니다.

 

야생 식물이 사라져도 실내 식물이 있으면 되지 않느냐고?”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대답합니다.

 

품종 개량을 거친 집에서 기르는 식물과 그들의 조상인 야생 식물은 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닭과 정글에 살던 야생 가금류만큼 차이가 크다.”

 

하지만 저자는 희망도 이야기합니다. 실내 식물이 야생 식물의 특사혹은 사절로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거죠. 코로나 이후 급격히 늘어난 식집사들이 SNS 등을 통해 야생 보존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 열대식물과 인류의 진정한 공진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이런 거창한 목표까진 아니더라도 집안에서 잘 자라고 있는 몬스테라, 산세비에리아 등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실내식물의 문화사를 읽는다면 내가 키우는 식물이 원래 살던 열대에서 우리 집으로 올 때까지의 여정이 눈앞에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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