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화단을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지피식물'
기후변화로 갑작스레 세찬 비가 내리는 일이 잦아졌죠.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었던 스콜 같은 게릴라성 호우도 늘어나고 있는데요. 그래서 주목받는 식물이 있습니다. 바로 호우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지피식물’.
◆ 도심 길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지피식물
지피식물이란 지면에 가깝게 자라며 낮게 덮는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밀입니다. 조릿대류, 잔디류, 클로버 따위의 초본이나 이끼류 등이 이에 속합니다. 이런 지피식물은 일반 식물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요.
일반적인 식물은 일정 기간 뿌리가 물에 잠기면 생육이 방해를 받거나 죽을 수 있죠. 이번 호우에 잠긴 식물 대부분이 뿌리 채 썩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피식물은 다르죠. 물에 잠겨도 잘 죽지 않습니다. 물이 빠져나간 후 햇빛이 비치면 금방 생기로운 모습을 선물해주는데요. 따라서 침수가 우려되는 도심 길가 등에 주로 심는 것이 바로 이 지피식물들입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 물 잠김 후에도 살아날 수 있을까?
정말 지피식물은 물 속에서도 잘 죽지 않을까요? 최근 농촌진흥청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습니다. 도심 길가 화단에 많이 심는 ‘지피식물’ 52종을 대상으로 3~7일간 물에 잠기는 조건을 조성한 뒤, 물 잠김에 따른 식물의 겉모양 변화와 회복력을 살펴본 것인데요. 결과가 어땠을까요?
▲비비추 ▲옥잠화 ▲꽃창포 ▲꿀풀 ▲벌개미취 ▲사철채송화(송엽국) ▲둥굴레 ▲샤스타데이지 ▲은방울꽃 ▲제비꽃타래붓꽃 ▲할미꽃 ▲자주달개비 ▲양지꽃 ▲패랭이꽃 ▲망종화 ▲해국 등 35종은 물에 잠겨도 잎·줄기·뿌리의 생육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호우에도 피해가 거의 없다는 거죠.
▲꿩의비름 ▲감국 ▲산국의 3종은 줄기와 잎이 시들어 겉이 약간 갈색으로 변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뿌리는 정상적으로 자랐는데요. 따라서 이들 식물은 물이 빠지고 난 뒤에 신경 써서 관리하면 무난하게 자랄 수 있다는 군요,
반면 ▲구절초 ▲금계국 ▲동자꽃 ▲눈개승마 ▲매발톱 ▲애키네시아 ▲풀협죽도 등 7종은 물에 잠긴 뒤 잎·줄기·뿌리 모두 생육이 악화됐다고 합니다. ▲꿩의다리 ▲갯패랭이 ▲꽃잔디 ▲독일붓꽃 ▲톱풀 등 5종도 겉보기 변화가 없었으나 뿌리의 상태가 나빠졌다는데요. 따라서 식물은 여름철 물이 자주 들어차는 화단에는 심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합니다.
출처: 농촌진흥청
◆식집사들이 좋아할 연구 계속 나와야
이번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은 봄부터 여름까지 꽃을 감상하려면 화단에 샤스타데이지와 자주달개비를, 여름부터 가을까지 감상하려면 국화과인 벌개미취, 쑥부쟁이, 아스터, 해국을 심길 권했습니다. 또 흙밭을 식물로 덮을 목적이라면 돌나물과 패랭이꽃을, 햇빛이 적게 드는 음지에 식물을 기를 예정이라면 비비추, 옥잠화, 노루오줌을 심는 게 화단 가꾸기에 좋다고 합니다. 이와 함께 농촌진흥청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침수에 따른 지피식물의 생육 특성 정보를 담은 책자를 곧 발간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번 연구결과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식물 키우기에 진심인 ‘식집사’들에게는 정말 유용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호우 피해가 있기 전에 발표됐으면 더 좋았을텐데’라는 작은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요.
앞으로도 농촌진흥청을 비롯해 많은 연구기관과 기업에서 유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기후위기를 막는 식집사들이 더욱 늘어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