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료생산팀 박철언 주임
2022년 9월에 입사한 박 주임은 FD&C가 다섯 번째 회사입니다. 그래서 그의 친구들은 박 주임을 ‘프로 이직러’라고 부릅니다. 하긴 나이를 감안하면 이직이 많은 건 사실이네요. 당연히 이유가 있겠죠?
첫 회사였던 농림축산검역본부. 수입한 동식물에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는 지를 검사하는 공기업이죠. 그런데 이곳에 취업한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박 주임은 “응용생물학과 졸업 후 공무원시험을 봤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공무원들은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 지 궁금했고 체험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첫 회사에서 했던 품질 관리 업무를 이곳에서도 이어갔습니다. 사측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언급이 있었지만 실제 사례가 없었기에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았고 자신의 커리어를 쌓는데 집중했다고 하네요.
세 번째 회사는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C사. 처음으로 관리가 아닌 제조 업무를 맡아서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물세포를 다루는 일이었고 윤리나 안정성 문제와는 별개로 성취감이 거의 없었다고 하네요.
“관리 업무 외에 제조 업무를 하면 경력에 도움이 될 것 같았죠. 그런데 동물세포를 직접 접하니까 실망스럽더라고요. 식물세포에 비해 세포 자체가 복잡하고 외부환경에 더 민감해서 오염이 잦았습니다. 그래서 실패 빈도도 높았고요. 제조를 하려고 왔는데 정작 제조에 번번이 실패하니 성취감을 느끼기 힘들었죠.”
그러던 차 처음으로 정규직을 제안한 B사로 이직합니다. 화장품 제조사였는데 ‘구관이 명관’이었던 걸까요? 박 주임은 다시 품질관리 업무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에 화장품 원료를 납품하는 기업이 바로 FD&C였습니다. 그때 박 주임은 FD&C를 알게 됐고 관심을 키워갑니다. 그렇게 총 5회의 이직이 완성됩니다.
박 주임은 “계약직은 정해진 기간 만큼만 일을 하면 되니까 근무에 대한 부담이 덜 하다. 그리고 원하는 일, 적성에 맞는 일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며 “물론 고용에 불안이 있지만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시작하면 자신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없지 않을까”라고 프로 이직러의 장점을 강조합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계약직 청년들의 비애와 슬픔, 그리고 이로 인한 방황과는 너무나 다른 서사 구조를 지닌 박 주임의 노동 역사.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 외부의 상황을 나의 뇌 속에 입력할 때 조금이나마 긍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흔히 말하는 ‘정신승리’보다 한 차원 높은 단계인 듯하죠?
프로 이직러 박 주임의 업무는 식물 세포 추출입니다. 추출은 보통 농축기로 하는데 원재료에 물과 방부제를 혼합해서 원하는 성분을 얻는 것이죠. 라벤더, 녹차, 병풀, 마치현 성분의 비중이 크다고 하네요. 우리가 바르는 화장품에 이들 성분이 들어가는데 박 주임과 같은 분들이 있기에 냄새 좋고 피부에도 좋은 화장품을 바를 수 있는 거죠.
박 주임은 프로 이직러 말고도 별명이 하나 더 있습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 이건 또 무슨 의미일까요?
박 주임은 석 달에 한번은 해외여행을 가는 ‘프로 여행러’이기도 합니다. 하도 자주 여행을 가니 친구들이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고 하는 거죠. 입사한 지 채 1년이 안됐는데 벌써 도쿄, 싱가포르, 방콕에 다녀왔고 입사 직전에는 몽골 울란바토르를 여행했습니다. 그는 “재미있고 설레는 데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할까”라면서 “낯선 풍경과 낯선 사람이 좋다”고 말합니다.
박 주임님. 해외여행 좋은 건 저도 알거든요? 그런데 몽골 울란바토르는 다소 의외네요. 도쿄, 싱가포르는 이해가 되는데... 혹시 오지 전문 여행가?
“판교에 있는 회사에 다닐 때는 왕복 3시간, 지금은 왕복 2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가끔은 아무도 없는 곳, 조용한 곳으로 떠나고 싶어요. 울란바토르가 딱이죠. 초원과 들판 외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밤하늘을 보면서 스마트폰으로 별자리로 맞춰보고 목성, 화성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도시의 삶에 지친 분들에게 정말 강추합니다!”
박 주임의 몽골 사랑은 이어집니다. 유목민들의 집 ‘게르’에서 숙박했던 일, 베이징 자금성 못지 않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칭기즈칸 공원을 헤맨 일, 초원에 누워 책을 읽었던 일, 고가의 캐시미어 브랜드 ‘고비’를 현지에서 저렴하게 샀던 일, 무엇보다 눈 가득 별이 들어오는 울란바토르의 밤을 열심히 자랑합니다. 혹시 불편했거나 단점은 없었을까요?
박 주임은 “게르에 있는 침대가 예상은 했지만 딱딱했다. 관광객용이라 현대식으로 개조했다고는 하는데 불편하긴 하다. 다행히 화장실은 수세식”이라며 “한국인 입장에서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가능성은 크다. 우유로 만든 각종 제품을 주는데 싫어하는 분들도 계실 것”이라고 귀띔하네요.
그럼에도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울란바토르. 혹시 FD&C 동료들과의 단체 여행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