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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령의 나이가 수백살'이라는 전설이 생긴 이유는? 작성일 2023-10-29 조회 6736 번호 56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이 산에서 얼마간 살았더니 갑자기 건강해졌다는 소리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인기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산에 틀어박혀 사는 이른바 ‘자연인’의 삶을 소개하는 게 있는데 출연자 대부분은 “산에서 살기 시작한 뒤 병이 씻은 듯 나았다”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자녀를 위해 한적한 시골로 이사한 부모들도 “이사한 뒤 아토피가 꽤 많이 개선됐다”고 이야기합니다.
 
결국 이분들의 경험담에서 얻을 수 있는 공통점은 ‘자연이 약’이고 ‘자연이 의사’라는 것이죠. 그런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다소 의아하기도 하면서 출처 불명의 민간요법 같기도 하죠. 지금 소개할 책에는 이런 의심을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풀어주는 데이터가 가득합니다. 즉 ‘자연이 약’인 명백한 근거와 매커니즘이 포함돼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밥이 보약”이라는 말도 ‘자연이 약’이기 때문이죠.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출판사: 프런트 페이지)은 그동안 우리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자연의 위대함을 구체적으로, 실체적으로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자 그럼 첫 번째 데이터를 소개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자연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로저 울리히의 연구 ‘외과 수술 후 창밖의 바라보기가 회복에 미치는 영향’. 울리히는 어린 시절 신장병을 앓아 침대에 누워 몇 주를 보냈습니다. 긴 회복 기간 창밖에 보이는 큰 나무의 존재만으로도 질병에 맞서 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차렸습니다. 바로 그 때 그는 환자가 병실에서 바라보는 창밖 풍경이 회복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생각했죠.


마침내 그는 10년 동안 미국 내 병원에서 복부 외과 수술을 받은 환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죠. 창밖으로 자연이 보이는 병실에 있던 환자의 회복 속도가 창밖으로 벽이 보이는 병실에 있는 환자보다 빨랐습니다. 자연을 봤던 환자는 진통제도 덜 필요했습니다.


감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철창 밖으로 자연이 보이는 감방에 수감된 자들의 진료 요청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더 놀라운 건 자연의 효과는 인공적이라도 꽤 유의미하다는 점입니다. 자연이 그려진 포스터나 사진을 걸어놓아도 소위 ‘벽 뷰’보다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환자 35만명의 의료 기록과 그들의 거주지 1KM 이내의 인접한 생활 환경을 비교 검토했는데 자연에 많이 둘러싸인 사람이 특정 질병에 덜 걸린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당뇨, 비뇨기 감염, 장내 감염, 두통, 어지럼증, 상기도 감염, 관상동맥질환, 목 통증, 등 통증... 거의 모든 질환에서 말이죠.


거주지와 공원의 거리가 멀어지면 곧바로 정신 건강이 저하된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거주지와 공원 간의 거리가 300미터 이상이면 심리적 동요가 발생할 위험성이 나타났습니다. 공원과 좀 더 가까이 살았다면 나타나지 않았을 현상이죠.


식물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면 고교 시절까지 배운 지식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과학 시간에 우리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에 대해 배웠습니다. 복잡한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중요한 건 매 순간 우리 몸에서 두 신경의 민감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이 덕에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인슐린과 같은 호르몬과 신경펩티드, 사이토카인 같은 다양한 연결 분자 그리고 각 기관의 활동을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기타 물질이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균형이 유지돼야 신진대사, 심혈관, 호흡, 내장, 내분비선, 면역 등 모든 신체 기능이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습니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통틀어 자율신경계라고 하는 데 고교 시절 과학 용어를 나열한 이유가 있습니다. 2004년 일본에서 숲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대한 연구가 진행됐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숲이 자율신경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는 것이죠.



일본 니혼의대 칭 리 교수는 한 집단은 숲으로, 또 다른 집단은 도시로 보냈습니다. 그리고 피험자들의 하루 중 기상했을 때, 산책하기 전과 후, 자연을 관찰하기 전과 후에 혈액 샘플을 채취했습니다. 그랬더니 도시에서 걸은 집단보다 숲에서 걸은 집단의 부교감신경 활동이 100% 증가했습니다. 숲에서 걸을 때 이완과 휴식을 조절하는 신경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이죠. 반면 교감신경계를 가리키는 코르티솔의 농도는 16% 감소했습니다.


즉 숲에서는 부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서 생리 기능의 속도를 늦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숲에서 인간은 점차 평정을 되찾고 신체를 재생하는 생리적, 심리적 행복의 상태가 나타났습니다. 심신을 안정시키고 호흡과 심박의 템포를 늦추는 게 바로 숲속 걷기가 가진 효능 중 하나입니다. 45~86세 피험자들에게 심전도 측정기를 차고 숲을 걷게 했는데 심박과 혈압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을 확인했습니다. '산신령의 나이가 수백살이다' 등의 전설이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을 듯 하네요. 


요즘은 다들 알고 있는 피톤치드의 효과도 빼놓을 수 없죠. 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이 피톤치드인데 신기하게도 이 물질이 인간에게 아주 긍정적인 작용을 합니다. 어떤 것일까요? 자세한 내용은 이 책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을 읽으면 알 수 있습니다.


너무 수박 겉 핧기 아니냐고요? 그래서 짧게 바다의 이로운 점도 소개할게요.


바다에서 나는 냄새는 요오드 때문이 아닙니다. 요오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해요. 놀랍게도 미역이나 플랑크톤이 분해된 결과로 만들어진 분자가 냄새의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더 신기한 건 이 냄새가 콧속 비강 안의 수백만 개의 뉴런 돌기를 포함한 후각상피를 통해 뇌를 활성화시킨다는 점. 즉 바닷가에서 잠깐 걷기만 해도 우리 뇌는 건강해지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 치매와 같은 뇌질환을 늦추거나 막을 수 있다는 뜻이죠.


또 한 가지 놀라운 사실. 인간이 단순히 파란색을 보는 것만으로도 측정 가능한 생리학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푸른빛에 노출되면 피부 전기 전도율이 줄어듭니다. 이 현상은 땀샘 작용의 감소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이완효과인데 땀샘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교감신경의 자극을 받아요. 그런데 파란색이 무한히 펼쳐진 바다를 봄으로써 땀샘 작용이 감소하면 피부의 전기적 특성에 작은 변화가 생기는데 정확히 말하면 피부의 저항력이 높아진다고 하네요. 즉 피부는 더 튼튼해지고 우리 몸과 마음은 더 릴랙스~


게다가 파란색을 볼 때도 숲에 있는 것처럼 혈압이 낮아지고 호흡이나 심박이 느려지는 현상도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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