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혈액병을 앓고 있는 두 사람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동병상련을 겪으면서 친형제보다 더 긴밀한 유대를 하고 있고요. 한명은 노벨상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고 또 다른 한명은 돈을 너무 잘 버는 사업가이니 세상의 기준으로 본다면 둘은 분명 성공한 인생이죠. 히지만 너무 큰 문제가 있는데 이들이 앓고 있는 병은 치료가 안 되고 약도 없다는 것이죠. 게다가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공은 자신들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자와 부자는 서로 힘을 합치면 자신들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 확신합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부자는 개발비를 지원합니다. 여기서 과학자의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흡혈을 하는 박쥐는 다른 생명체의 피를 빨아 먹는데 이종의 피가 섞여서 응고되는 걸 막기 위해 특이한 물질을 만든다. 그렇다면 박쥐의 피와 인간의 피를 조합한다면?’
영화가 되려면 실험을 실행해야하고 결과물을 자신의 몸에 주입해야죠. 과학자가 엉뚱하다고 여길 수 있는 발상을 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과 친구는 하루에 3회 수혈을 해야했고 이로 인해 정상적인 삶을 살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는 수혈만이라도 편하게 하자는 생각에서 인공혈액을 개발했고 이 덕에 노벨상을 받게 됩니다. 물론 본인은 상을 거부하지만...
그럼 새 치료제를 몸속에 주입한 우리의 주인공은 어떻게 됐을까요.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스포일러를 최소화하는 선에서만 설명하겠습니다. 일단 수혈의 고통은 사라집니다. 무엇보다 박쥐의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됩니다. 엄청난 힘은 기본이고 비행, 빠른 이동, 레이더 등 이른바 히어로물 캐릭터의 끝판왕이 됩니다. 다만 결정적인 한계가 있으니 없어진 수혈 대신 흡혈을 해야한다는 것이죠. 이건 축복일까요 저주일까요.
과학의 상식으로 따져보면 인간의 입장에서 다른 동물과의 수혈은 곧 죽음이죠. 같은 인간이라도 혈액형이 다르면 죽는 데 하물며 이종간의 수혈은 더더욱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박쥐의 피가 사람의 피와 섞여서 생명 연장과 함께 초능력까지 생기죠. 참 말이 안 되는 설정이라고 여겨지면서도 돼지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수차례 성공했던 실제 사례들을 떠올려 보면 영화의 내용이 100% 허무맹랑하다고만 볼 수도 없을 듯합니다.
돼지의 장기가 사람에게 성공적으로 이식됐다는 건 면역거부 반응이 없거나 있더라도 인위적인 개입으로 이를 극복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돼지의 피를 인간에게 수혈해서 병을 고치거나 인간의 피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땅 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동물들은 한때 공통의 조상을 두었습니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종이 분리됐고 지금처럼 다양한 생물종이 각자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런 게 진짜 가능할까’ 라는 의문과 함께 ‘만약 먼 훗날 가능하다면 위 아더 월드가 헛된 말이 아니었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바이오에프디앤씨처럼 식물세포를 연구해 인간의 건강에 보탬이 되는 기업들을 보면서 식물 역시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함께 어우러져 사는 진짜 이웃이라는 교훈도 다시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최근 공개된 영화의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영화의 이름을 알려드리지 않았네요. 바로 ‘모비우스’입니다. 과학자의 이름이기도 한데 처음과 끝을 알 수 없는 ‘모비우스의 띠’처럼 새로운 치료제가 치료의 시작인지 끝인지, 축복의 시작인지 저주의 시작인지 알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놀라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모비우스’를 만든 회사가 무려 ‘마블’이라는 점을 말이죠. 마블은 모비우스를 어벤져스에 맞서는 악당 즉 안티 히어로로 키울 작정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경쟁사의 주력 히어로인 ‘배트맨’을 은근슬쩍 디스하는 역할도 하지 않나 싶네요.
‘모비우스’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해 과학이 개입하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당장 어벤져스의 헐크도 그렇지 않습니까. 이쯤되면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결정적 요소 중 하나가 과학 특히 바이오라고 해도 무방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