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커피가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대답은? ‘볶은 커피와 볶지 않은 커피’라고 답하거나 ‘원두커피와 인스턴트커피’라고 했다면 아직 커피에 대해 잘 모르는 것입니다. 새로운 종류의 커피가 등장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바로 대체 커피. 대체육이나 대체 수산물은 들어봤지만 대체커피는 도대체 뭘까요?
◆세포 배양으로 커피 향과 맛 재현
최근 미국화학회(ACS)의 ‘농업·식품화학 저널(Journal of Agricultural and Food Chemistry)’에 따르면 핀란드 국립 기술연구센터 히에코 리셔 박사 연구팀이 대체커피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커피 세포 배양체를 이용해 만든 커피로 실제 원두와 비슷한 향과 맛을 재현했다는 건데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먼저 잘게 썬 커피나무의 아라비카 잎을 생물 활성화 환경을 조성해 주는 생물반응기에 넣은 뒤 세포를 배양합니다. 그렇게 얻은 세포들을 동결 건조해 고운 가루로 분쇄한 뒤 볶으면 끝. 볶은 시간에 따라 여러 종류의 커피 샘플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해당 기술은 동물 세포 배양보다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식물 세포 배양에 필요한 영양액 역시 동물 세포에 비해 간단하고 저렴하죠,
그럼 맛은 어떨까요? 연구진은 커피의 맛 또한 기존의 커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일반 아라비카 커피와 비슷하다는 거죠. 다만 원두를 볶을 때 갈색 등 진한색으로 변하는 마이야르 과정에서 생기는 특별한 풍미인 ‘과이아콜(바닐라향)’, 고소하면서 캐러멜 향을 내는 ‘피라진’ 등 복합적인 맛의 요소까진 따라가지 못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카페인 함량은 절반. 따라서 카페인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마시기 좋다고 합니다. 게다가 향후 기술개발로 더 다양한 커피맛을 내는 것도 가능하다는 군요.
커피 세포 배양체(아라비카 추출, 왼쪽 위) 사진. 가장 적은 시간 로스팅한 것(왼쪽 아래), 중간 시간 로스팅 한 것(오른쪽 아래), 가장 오래 로스팅한 것(오른쪽 위), 세 가지로 나누어 실험을 진행했다. <출처: 미국화학회>
◆환경파괴·기후위기 극복에 도움
굳이 커피까지 대체재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요? 커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료 중 하나입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950만톤 이상 생산되며 무역 가치는 300억 달러(약 39조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죠. 금액 기준으로 121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교역 품목이자, 70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농산물입니다.
하지만 커피는 소고기와 치즈 등 동물성 식품과 함께 세계에서 5번째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음식이라는 불명예도 지니고 있습니다. 커피 재배로 배출되는 탄소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무려 2%. 대규모 관개 농사로 재배되는 원두 1000㎏에는 1만1400㎏의 물과 270㎏의 질소계 비료를 포함한 총 900㎏의 비료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죠. 지구 온난화로 오히려 열대 지역의 커피 농장들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30년 후에는 커피 농장의 절반이 재배 부적합지로 변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습니다. 아라비카종의 경우 연간 강우량 1200~1800mm, 온도 15~25도라는 까다로운 조건을 유지해줘야 하는데, 지구 온난화가 현재 재배지의 기후를 이 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2050년이 되면 전 세계 커피 재배지가 절반으로 줄어들고, 2080년에는 커피나무가 멸종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대체커피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하지 않을까요? 특히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커피 말고는 전량을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시급한 문제인데요. ‘커피 한잔의 여유’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환경 문제와 기후위기에서 자유로운 대체커피에서 우리 바이오기업들이 먹거리를 찾을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