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잔 씩 마시게 되는 커피.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이나 됩니다.
세계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152잔 대비 두배 이상 높은 수준이죠. 이 때문에 식사 후 한잔을 마시는 것이 ‘국룰’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커피를 마실 때마다 걱정되는 점도 있습니다. 카페인 중독? 그것도 걱정이지만 향기로운 커피를 만들고 남은 커피박. 아메리카노 1잔을 제조하는데 보통 18g의 커피원두가 사용되고,
이 가운데 무려 16g이 커피박으로 남습니다. 이런 커피박은 생활쓰레기로 분류돼 일반 쓰레기봉투에 담겨 버려지기 일쑤죠.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9년 커피박은 무려 17만6000t. 폐기비용만 41억원이 넘을 정도입니다. 이런 커피박을 현명하게 재활용하는 비법은 없을까요?
◆커피박이 화분이나 연필로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커피박을 가져가도록 하고 있죠. 건조시킨 커피박을 천으로 된 주머니나 통에 담아 냉장고·신발장 등에 두면 탈취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죠. 탈취제로서의 기능이 떨어지면 결국 커피박은 쓰레기가 되고 맙니다.
이에 따라 보다 현명한 방법이 등장하고 있는데요. 커피박이 문구로 변신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대구 중구지역자활센터의 ‘커피큐브 사업단’은 하루 평균 약 25㎏ 정도의 커피박을 수거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건조과정을 거친 후 화분이나 연필로 만들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등 50여곳에 판매중이죠.
커피박으로 만든 화분. 대구 중구지역자활센터 커피큐브 사업단
◆커피박으로 친환경 토양 만든다
커피박으로 식물을 키울 수도 있습니다. 포스코이앤씨는 커피박을 활용해 친환경 조경 토양개량제 ‘리코(RE:CO) 소일’을 개발했습니다.
삼화그린텍과 함께 개발한 이 제품은 재활용의 ‘RE’, 친환경(eCO)과 커피의 ‘CO’ 그리고 토양이라는 뜻의 ‘소일(Soil)’을 결합한 단어로 ‘커피를 활용한 친환경 토양’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제품을 어디에 쓸까요? 주로 아파트 단지 내 화단 같은 인공지반 토양에 사용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아파트 단지에 까는 흙은 인공지반 슬라브 위에 놓이기 때문에 자연지반 토양 환경보다 척박해 조경에 불리합니다.
개량제를 따로 쓰지 않으면 단지에 심는 수목이 말라죽거나 생육이 부진할 수 있죠.
그래서 기존에는 진주암과 흑요석 따위를 부순 다음 1000℃ 안팎에서 구워 다공질(구멍이 숭숭 뚫린 형태) 물질로 만든 경량 골재인 펄라이트를 썼는데
운반 또는 작업할 때 비산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리코소일은 비산먼지가 적을 뿐만 아니라 식물 생육에도 더 도움 됩니다.
커피박으로 만든 연료. ENF에너지
◆커피박이 퇴비로도 변신
커피박이 퇴비로도 변신합니다. 커피박에는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질소‧인산‧칼륨 등이 들어 있습니다.
또 중금속 성분이 없고 악취도 적어 천연비료 역할을 할 수 있죠. 이에 따라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친환경 커피박 퇴비 생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생산한 퇴비는 경기를 비롯해 전남 보성, 경남 하동, 제주 지역 농가에 무상으로 제공중입니다. 퇴비 생산업체에 커피박을 맡긴 다음, 완성된 퇴비를 구매해 농가에 기부하는 방식입니다.
서울 마포구 등 지자체들도 커피박 퇴비 만들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커피박 수거를 원하는 업체에 60ℓ의 수거통 배부하고, 환경공무관과 동 주민센터가 주 2회 수거해 재활용하는 방식입니다.
커피박을 연로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ENF에너지는 커피박을 활용해 친환경 연탄과 숯 등을 만들고 있습니다.
커피박 발열량은 5648.71㎉/㎏로 나무껍질 발열량(2827.94㎉/㎏)의 두 배, 목재 팰릿의 발열량(4300㎉/㎏)보다도 1.3배 높기 때문에 효율이 뛰어납니다.
게다가 수은과 납 등 5대 중금속 등 유해성분은 거의 없죠.
쓰레기인줄 알았던 커피박의 활용도가 이렇게 넓어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중동의 커피가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르네상스를 가져왔듯이 커피박의 활용도가 넓어지면서 기후위기, 환경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