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프디엔씨 홈페이지

메인 비주얼 배너 영역

Moh's School

시작은 가볍게, 바이오 지식은 무겁게!
오직 모스스쿨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바이오 지식

Moh's School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 모스스쿨을 통해 만나보세요.

8조원 가치 회사가 갑자기 나스닥 퇴출 위기? 작성일 2024-02-20 조회 2818 번호 99

“병원에 가지 않고도 아주 쉽게 암, 당뇨, 파킨슨병의 발병 위험을 알 수 있습니다!”



“혁신적인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누구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5년 전만 해도 미국 생명공학업체 23앤드미(23andMe)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트업 중 하나였습니다. 키트에 침을 뱉기만 하면 자신의 조상을 알 수 있다고 이 회사는 홍보했습니다.

미국인 수백만 명이 자기 조상에 관해 알아보겠다며 실제로 키트에 침을 뱉었고 유명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이 회사 키트를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꼽을 정도였죠.


무엇보다 23앤드미의 공동창업자 겸 CEO가 앤 워치츠키였기에 회사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았습니다.

워치츠키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전 와이프이자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똑똑한 여성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거든요.


이처럼 재미와 화제성을 두루 겸비한 23앤드미는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2021년 6월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첫날에만 21% 상승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습니다.

기업 가치도 60억달러(8조원)를 넘어섰습니다. 경제 잡지 포브스는 워치츠키를 "가장 최근의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3년 만에 엄청난 반전이 나타났습니다. 8조원이었던 기업 가치가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최근 23앤드미 주가는 62센트로 고점 대비 98% 이상 폭락했습니다.

나스닥은 23앤드미에 상장 폐지 경고를 한 상태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3억3500만달러(약 45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한때 바이오 산업의 미래로 통했던 ‘유전자 분석’ 업계가 빙하기를 맞았습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했던 유전자 분석·치료 업체 인바이테도 자금난으로 파산 신청을 준비 중이고 나테라도 2년 연속 1000억원이 넘는 돈을 까먹고 있습니다. 23앤드미 혼자 겪는 불행이 아닌거죠.


23앤드미는 2017~2020년 이용자 700만명을 모을 만큼 빠르게 몸집을 키웠습니다.

검사를 받으면 ‘특정 음식을 좋아하거나 냄새를 잘 맡는지’ ‘아침형 인간 혹은 올빼미형인지’ ‘운동 신경이 좋은지’ 등의 유전자 정보까지 제공했습니다.

‘뭐 이런 것까지 알려준다고?’ 놀란 사람들은 SNS에 관련 소식을 퍼날랐습니다. 암, 당뇨, 치매와 같은 질병의 발병 확률은 물론 유전 확률도 알려줬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인기가 떨어졌습니다. 갑자기 스타가 된 연예인이 2~3년 뒤 급추락하는 것처럼 말이죠.

유전자 검사를 받은 누적 고객이 1000만명이 넘은 이후 신규 고객이 유입되지 않았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죠.

한번 유전자 검사를 받으면 추가로 서비스를 이용할 까닭이 없으니 말이죠.


이에 23앤드미는 신약 개발로 눈을 돌립니다. 유전자 분석으로 50개 이상의 신약 후보군을 발견했기 때문에 꽤 괜찮은 선택으로 여겨졌죠.

그런데 문제가 있었습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수억 달러가 필요하고, 임상 시험부터 허가까지 길게는 10년이 걸린다는 점이죠.

지금 23앤드미가 가진 돈은 태부족하고 10년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 줄 사람도 아직까지 찾지 못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고객 690만명의 유전자 정보를 유출해 집단소송에도 휘말려 있고요.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겠죠.

 

미국 인바이테도 파산 위기입니다. 이 회사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1조5000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던 곳이죠.

정밀 유전자 분석에 특화한 기업이지만 누적 부채가 15억달러(약 2조원)에 육박하는 데다 수 주 안에 추가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상황입니다.


내가 특정 질병에 걸릴 확률을 아는 것과 그 질병을 치료하는 건 별개인 모양입니다. 게다가 미래에 일어날 일을 지금 %로, 숫자로만 아는 게 크게 와닿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내 눈에 병이 보여야, 몸이 아파야 그제서야 심각성을 아는 인간의 미련함 때문일 수도 있고요.

미래가 궁금해 점집에 가서 “무엇 무엇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점쟁이에게 말을 듣지만 이를 매일 되새기며 조심하는 사람이 드문 것과 비슷한 이치 아닐까요.


참고로 한국의 유전자 검사 시장은 어떨까요. 2010년대 후반 국내 유전자 검사 시장에 20여 스타트업이 경쟁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5곳 정도만 운영 중입니다.

시장 규모도 2023년 기준 1000억원이 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에서 그랬듯이 한국에서도 유전자 분석 데이터가 1회성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함께 추가로 제공할 서비스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