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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다 어디로 갔나? 작성일 2024-03-11 조회 2775 번호 17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미샤, 스킨푸드, 토니모리... 그 많던 길거리 화장품 샵, 다 어디 갔나?’



 몇 년 전만 해도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에 가면 화장품 로드샵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눈에 잘 띄지 않죠? 아무래도 코로나의 영향이 컸습니다.

코로나 이후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화장품을 샀고 그게 소비 습관이 됐습니다.


게다가 기존 로드샵 화장품의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즉 ‘그 가격이면, 그 용량이면 온라인 전용 브랜드 화장품보다 크게 나을 게 없다’라는 인식을 소비자가 하고 있다는 겁니다.

거꾸로 말하면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 유통되는 화장품의 퀄리티나 가성비가 오히려 만족스럽다는 뜻이죠.


그래서 일까요. 요즘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들이 변신을 하고 있습니다. 라이벌이자 적일 수도 있는 업체나 플랫폼과 과감하게 손을 잡고 있습니다.



로드샵 브랜드의 절대 강자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은 지난 2월 올리브영에 입점했습니다.

더페이스샵은 작년에 로드샵 사업 철수를 결정하는 큰 도전을 감행했고 반년이 조금 지나 다른 형태의 로드샵 사업을 시작한 것이죠.


 이번 제휴가 재미있는 건 모기업의 면면입니다. 더페이스샵의 LG생건, 올리브영의 CJ는 국내를 대표하는 재벌이죠.

재벌과 재벌이 손을 잡는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에 양사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됩니다.


특히 올리브영이 최근 PB브랜드에 공을 들이고 있어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는 LG생건은 물론이고 더페이스샵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가뜩이나 올리브영은 자체 PB브랜드를 앞세워 일본 시장을 공략 중입니다.

한때 중국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던 LG생건 입장에서는 일본 시장이 대안이 될 수 있는데 사업 파트너인 CJ가 ‘우린 우리 제품으로 일본에서 열심히 사업 중이다’라고 알리고 있으니...


올리브영만 믿을 수 없다고 판단한 걸까요. LG생건이 얼마 전 또 재미있는 결정을 했는데 5년 만에 쿠팡과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이젠 쿠팡에서도 더페이스샵 화장품을 살 수 있습니다.


더페이스샵과 함께 길거리를 장악했던 뷰티 브랜드로 네이처리퍼블릭을 꼽을 수 있죠. 최근 올리브영의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했습니다. 올리브영도 기대가 큽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의 작년 대박 상품 ‘허니 멜팅 립’이 들어왔으니까요. 이 제품은 각종 뷰티 앱 어워드에서 1위를 차지했고 누적 판매량 30만 개를 기록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네이처리퍼블릭의 역사도 흥미롭습니다. 지금의 네이처리퍼블릭을 있게 한 사람이 정운호 대표입니다.

정 대표는 그 전에 더페이스샵을 만들었죠. 물론 이후에 매각을 했고 결국 LG생건의 슬하에 들어갔습니다. 한때 정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운호 게이트의 그 정운호 맞습니다.

감옥에서 출소한 뒤 조용히 경영 일선에 복귀해 말이 많았는데 어쨌거나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더페이스샵처럼 올리브영에 기대고 있습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믿는 구석이 또 있습니다. 바로 초딩의 낙원이자 초딩의 백화점으로 통하는 다이소입니다. ‘식물원’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해 다이소에 입점한 것이죠.

'가성비'를 내세워 다이소의 주 고객층인 1030세대를 공략한다는 전략이죠. 다이소에서 가장 비싼 제품은 5000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식물원’의 최고가 화장품도 5000원입니다.

‘5000원짜리 화장품 바르면 탈 나는 거 아냐’라고 의심하시는 분들은 일단 한 번 써보세요. 지금까지의 소비자 반응은 나쁘지 않거든요.


LG생건과 국내 뷰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에도 ‘이니스프리’ ‘에뛰드’와 같은 로드샵 대표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들 브랜드 역시 올리브영에 자리를 잡았고 쿠팡에도 입점하면서 온-오프 유통 채널의 동시 강화를 진행 중입니다. 게다가 신선식품 새벽 배송으로 유명한 ‘컬리’에도 입점했습니다.

때마침 새로운 성장 동력을 원했던 컬리도 아모레퍼시픽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는 후문입니다.


토니모리는 뜻밖의 파트너와 장소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국방부와 PX(군부대 마트)입니다.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 20대 남성들을 제대로 공략해보자는 취지입니다.

이것저것 다 발라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남성들을 위해 ‘올인원’ 제품을 납품한다고 하네요. 20대 초반 남성들은 제대 후 계속 토니모리의 잠재 고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아기가 산후조리원에서 처음 맛봤던 분유를 끊어내기가 쉽지 않듯이 말이죠.


한때 건물주들을 기쁘게 해줬던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들이 지금은 길거리를 떠나서 이렇게 간접 입점, 온라인 입점 방식으로 앞다퉈 선회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린 시대의 흐름을 캐치할 수 있죠. 소비자는 PC나 스마트폰에서 화장품을 사길 원한다는 점, 5000원 내외의 가성비 제품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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