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세상이 변할 것입니다.”
1882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수십개의 전구에 불을 켜며 직류에 올인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한 말이죠. 전류전쟁에서 교류를 앞세운 니콜라 테슬라를 앞서기 위해 선전포고를 한 것인데요.
영화 ‘커런트 워’에서 갑자기 환해진 거리에서 수 백명의 인파가 환호하는 장면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요. 전류전쟁에서 에디슨이 테슬라에게 결국 졌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지만 가슴이 뛰더라고요.
그런데 조만간 가슴 뛸 일이 또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류전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거든요.
전구가 아닌 색다른 것이 어두운 밤거리를 환하게 만들 수 있다는데요. 도대체 뭐가 전구를 대신하는 것일까요?
출처: 라이트바이오
◆합성생물학으로 반딧불이 피튜니아·국화 개발
영국 MRC 의과학연구소·미국 바이오벤처 라이트바이오의 캐런 사르키시안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9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재미난 발표를 했습니다.
전구가 아닌 식물로 빛을 낼 수 있다는 건데요. 반디불이 같은 곤충도 아니고 식물이 어떻게 빛을 낼까요?
연구팀에 따르면 자연에는 반딧불이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버섯들이 있습니다. 이 버섯에는 공통적으로 루시페린이라는 물질이 있는데요.
이 루시페린이 효소 루시페라아제의 작용에 의해 산화되면서 그 산화 에너지로 빛을 낸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어둠속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열대 버섯에 주목했습니다. 지난 2020년엔 곰팡이에서 나온 5개의 유전자를 통합해 담배식물이 빛을 내도록 만들었죠.
이번엔 이 기술을 더 발전시켜 식물의 고유한 단일 유전자가 곰팡이에서 파생된 두 개의 유전자로 대체했습니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생물발광 경로에서 가장 복잡한 반응을 수행하는 식물 효소인 히스피딘 합성효소를 발견하고,
이 효소와 버섯에서 발견되는 다른 필수 생물발광 효소를 결합하는 하이브리드 경로를 합성생물학을 이용해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과 미국 식물 합성생물학 벤처기업 라이트바이오(Light Bio)가 공동으로 만든 ‘반딧불이 피튜니아’와 ‘반딧불이 국화’는 스스로 빛을 내뿜을 수 있는데요.
지난 2020년 만들었던 담배식물보다 최대 100배 밝은 빛을 냅니다. 이 정도면 식물을 심는 것만으로도 집이나 정원에 가로등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출처: 라이트바이오
◆4월부터 3만8000원에 미국서 판매
혹시 반딧불이 피튜니아나 국화에 해로운 물질은 없을까요? 다행히도 미국 농무부가 지난해 9월 반딧불 피튜니아를 미국 전역에서 재배 및 사육하기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따라서 오는 4월부터 미국에서 반딧불이 피튜니아와 국화가 한 그루에 29달러(약 3만 8000원)에 판매할 예정입니다.
이에따라 조만간 미국 밤 거리는 가로등 대신 가로수가, 실내 조명등 대신 화분이 쓰이지 않을까요? 보다 정감 있는 밤거리가 될 것도 같은데요. 게다가 전기에너지도 크게 절약할 수 있고요.
특히 연구진은 “식물 고유의 유전자를 활용하면 발광의 조화가 더욱 증폭돼 빛 생산과 에너지 활용 사이의 상호 작용이 최적화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피튜니아·국화를 넘어 다양한 식물에서도 빛이 나오게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나 진달래꽃이 조명으로 변신한다면 정말 멋지지 않을까요?
150여년 만에 지구의 밤거리가 ‘식물조명’으로 또다시 바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