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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을 이기는 건 바이오 플라스틱? 종이? 작성일 2024-04-15 조회 2493 번호 89

CJ제일제당이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PHA를 적용한 칫솔을 최근 출시했습니다.

 

PHA는 미생물이 식물 유래 성분을 먹고 세포 내에 축적하는 고분자 물질입니다. 토양·해양을 비롯한 대부분의 환경에서 분해되는 게 특징이죠. 국내외 소수 업체만이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고 하네요.

 

이번에 CJ제일제당이 출시한 ‘러듀얼’ 칫솔은 칫솔대에 석유계 플라스틱 대신 PHA와 PLA(옥수수와 사탕수수 등으로 만드는 생분해성 수지) 등 100% 바이오 소재를 활용했습니다.

칫솔모에도 재활용 소재를 절반 이상 사용했고요. 이 칫솔은 올리브영 온라인몰과 일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CJ제일제당 측은 “일상과 밀접한 생활용품까지 생분해성 바이오 소재 적용을 확대했다. 앞으로도 소재 적용 기술을 적극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즉 썩는 플라스틱을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물건에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죠. 물컵, 접시, 볼펜, 마우스, 자, 생수통, 포장용기, 비닐봉투 등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던 많은 것들이 이젠 썩는다는 뜻이죠. 태평양에 한반도 크기의 플라스틱 쓰레기 섬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다들 들어보셨을텐데요. 앞으로는 플라스틱 걱정을 덜 해도 될 것 같군요.


PHA라는 혁신적인 물질 덕입니다. 물론 기존에도 바이오 플라스틱(PLA·PBAT)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PLA는 특정 환경에서만 분해되고 PBAT는 석유에서 나온 소재라서 탄소 배출 저감 효과가 없었죠. 소위 ‘무늬만 바이오 플라스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PHA는 수많은 상업화 시도에도 기술적 한계, 가격 메리트가 없어 그동안 시장성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노하우와 협력사들과의 연대로 이젠 돈이 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완성했다는 설명입니다.


비슷한 시기 일본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ACS 지속가능한 화학과 엔지니어링(Sustainable Chemistry & Engineering)'에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고베대학 생체공학자 타구치 세이이치 박사와 생분해성 폴리머 제조업체 '가네카 코포레이션'이 포도당을 사용해 플라스틱 원료인 'LAHB'를 대량 생산하는 미생물 플라스틱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죠.


연구진은 인공지능 등 IT 기술과 유전자 가위와 같은 첨단 바이오 기술이 결합한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해 미생물이 'LAHB'를 만들어내도록 했습니다.

이는 박테리아의 유전자에 일부를 추가하거나 삭제하는 과정을 통해 유전체를 체계적으로 조작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합성생물학 기술로 박테리아의 유전체를 수정한 결과 박테리아가 분자구조가 긴, 사슬이 긴 LAHB를 생산했습니다.

특히 기존 방법보다 최대 10배 분자구조가 긴 LAHB를 생산할 수 있었고 이를 '초고분자량 LAHB'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사슬이 길다는 것은 분자 구조가 더 많은 단위로 이어져 더 긴 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인데 이는 강도와 내구성이 향상되고 고온에도 잘 버틸 수 있다는 뜻이죠.


또 사슬이 긴 LAHB로 만든 플라스틱은 미생물이 분해하기 쉬운 구조를 형성해 자연분해 속도가 빨라지는데 바닷물에서 1주일이면 분해가 된다고 하네요.

플라스틱 그물에 걸려서 죽는 수많은 바다 생물들이 이젠 편하게 살 수 있겠죠?


이처럼 유리 인류는 플라스틱의 편리함을 발견했고 그 대가로 환경 오염과 생명 단축이라는 고통을 짊어졌습니다.

하지만 잘 썩고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개발해 새로운 플라스틱 시대를 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플라스틱 시대를 개척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미국 오하이오주 주문 처리 센터에 새로운 종이 포장재와 자동화된 포장 기계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재활용 가능한 종이’만으로 포장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실행한 것이죠.


그 결과 일반 종이보다 더 잘 늘어나면서 견고한, 열처리로 밀봉도 가능한 종이와 자동 포장 기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마존은 2022년 한 해에만 전 세계 사업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배출 포장을 11.6% 줄였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1인당 세계 4위의 플라스틱 배출 국가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국 역시 종이에서 해답을 찾고 있습니다. 한솔제지가 주인공입니다. 자체 개발한 플라스틱 대체 신제품인 친환경 종이용기(테라바스)와 친환경 종이 연포장재(프로테고)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프로테고는 종이 표면에 베리어 코팅막을 형성해 산소, 수분, 냄새를 차단하고 보존성을 높일 수 있는 포장재입니다. 2~3겹으로 접착해 사용하는 플라스틱 필름이나 알루미늄을 합지한 포장재를 하나의 소재로 대체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고 종이류로 분리 배출이 가능합니다.


테라바스는 환경은 물론 건강에도 위협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플라스틱의 일종인 PE코팅이 아닌 수용성 코팅을 해 재활용성을 높인 친환경 종이 용기입니다. 생분해가 가능하며 종이컵이나 종이 빨대는 물론 밥, 국 등 다양한 음식 포장에도 활용할 수 있죠. 미 식품의약국(FDA),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 중국 식품안정성(GB) 기준을 통과하며 식품포장재로서의 안전성을 입증했고 국내 특허 취득 및 미국, 유럽, 일본 등에도 기술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더불어 한솔제지는 미세 플라스틱 걱정 없는 물티슈 제품 ‘고래를 구하는 물티슈’를 출시했습니다. 일반 물티슈가 플라스틱 계열의 성분이 포함된 원단을 사용하는 것과 달리 천연 펄프와 식물에서 유래한 레이온 원단을 혼합 사용해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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