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감’ 식물을 종류별로 채집해 그 형태, 생태 따위를 밝히고 설명을 붙인 책을 뜻하죠. 식물을 연구하는 학자의 연구실에나 있을까? 반려식물을 키우는 식물 집사들마저도 익숙하지 않은 책일 것입니다. 이렇게 흔하지 않은 ‘식물도감’을 제목으로 쓴 영화가 있는데요. 도대체 제목이 왜 ‘식물도감’일까요?
*우렁각시가 만든 자연요리는?
맛없는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친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직장 여성 사야카(타카하타 미츠키). 어느 날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오다 이츠키(이와타 타카노리)를 만납니다. 그런데 그가 하는 말이 기막힙니다.
“배고파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으니 나를 좀 주워달라···”
얼떨결에 집에 데려왔는데 이 남자는 알고 보니 ‘우렁각시’. 텅 빈 사야카의 냉장고에서 나온 채소만으로 따뜻한 한상을 뚝딱 만들어 냅니다.
어제는 머위밥, 오늘은 달래 파스타….
작은 텃밭에서 키운 채소와 일주일에 한번 들판으로 채집해온 산나물로 만든 요리들인데요. 정성 가득한 음식들을 먹으며 사야카는 점차 삶에 의욕을 찾고 작은 행복을 발견해나갑니다. 항상 ‘혼자’였던 삶이 ‘함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가까워지죠,
*최고의 힐링 영상이 가득했던 비결은?
영화 ‘식물도감’은 ‘도서관 전쟁’,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펴낸 작가 아리카와 히로의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연애소설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달달한 청춘 남녀의 로맨스를 그리고 있는데요.
놀라운 것은 이들의 로맨스를 이어주는 소재가 식물이라는 점이죠. 머위, 달래, 산딸기와 들풀 등 제철에 만나는 다양한 식물들은 물론 이를 식재료로 활용한 맛있는 요리까지···. ‘식물도감’이라는 제목에 어울릴 만큼 다양한 풀과 꽃, 채소들이 등장합니다. 아름다운 식물 속에 둘러싸여 서로의 감정을 확인해가는 두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힐링까지 되는 듯한데요.
어떻게 이런 멋진 영상이 가능했을까요? 알고 보니 영화제작에 식물학자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감독과 제작진이 식물학자와 함께 일본 전역을 돌며 총 80종, 약 100그루가 넘는 식물들을 직접 조달했다는 군요. 도심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원예 식물이 아니라 제철에 피는 야생 들풀과 꽃들을 구해 강가에 직접 꽃밭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최고의 영상을 담기 위해 제목처럼 ‘식물도감’을 만든 셈이죠.
*식물이 지닌 위대한 힘은?
식물이 자라나듯 사랑이 담긴 요리를 먹게 된 사야카도 성장합니다. 직장에서도 존재감 없고 항상 질책 받던 모습에서 벗어나 부당한 일에 대해서 상사에게 따지는 등 자신을 표현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으로 변모하죠. 이츠키가 떠난 후에도 혼자 들판에 나가서 풀을 뜯고 머위밥, 달래파스타, 고사리된장국 등 웰빙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 몸에 좋고 맛있는 음식이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건강까지 되찾아 준 셈이죠. 결국 사랑도 다시 찾게 됩니다.
“잡초라는 식물은 없어, 모든 식물에는 이름이 있어”라며 사야카에게 제철음식의 중요성을 알려줬던 이츠키는 프로포즈도 멋지게 하는데요.
“정말 순수하고 밝은 성격으로 저를 변화시켜준 그녀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어 유명한 화도가의 후계자가 아닌 잡초를 좋아하는 그런 남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식물을 소재로 이렇게 멋진 사랑고백을 하다니···. 이런 사랑고백을 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영화 ‘식물도감’을 직접 보면서 확인해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