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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군단, 풍차, 튤립하면 떠오르는 나라가 있죠? 네덜란드. 그런데 요즘 네덜란드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해주는 분야가 있다고 합니다. 바로 ‘애그테크’라고 하는데요.
*애그테크가 뭐지?
애그테크는 애그리컬쳐(농업)과 테크놀로지(기술)의 합성어입니다. 한마디로 최첨단 농업기술이죠. IT기술이 발달하면서 조금씩 주목받기 시작한 애크테크는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농산물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구세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갈수록 극심해지는 이상기후로 의한 작황부진도 애크테크로 해결하려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고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가가 놀랍게도 네덜란드라고 합니다.
*왜 네덜란드일까?
네덜란드는 농사짓기에는 너무나 열약한 조건입니다. 일단 땅덩어리(4만1543㎢)가 우리나라의 절반도 안됩니다. 그마저도 25%가 바다보다 낮은 땅이라 염도가 높죠. 게다가 일년 내내 북해의 거센 바람마저 몰아쳐 농작물이 잘 자라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네덜란드는 1087억 달러(약 146조원)의 농산물을 수출해 세계 농산물 수출국 순위에서 미국(1770억 달러), 브라질(1250억 달러) 다음인 3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국토면적이 200배가 넘는 나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죠.
혹시 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 수출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을까요? 물론 튤립도 많이 수출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겠죠. 네덜란드 농산물 수출액 상위 품목을 살펴보면 원예가 128억 달러로 가장 많고 육류(97억 달러), 계란·유제품(93억 달러), 채소(77억 달러), 과일(74억 달러) 순입니다. 다양한 품목에서 수출이 활발한 셈입니다.
척박하고 작은 국토에서 이런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애그테크에 있다는 거죠.
*네덜란드는 애그테크를 어떻게 활용할까?
예를 들어, 토마토를 일반적인 농법으로 경작하면 m²당 3kg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온실에서는 무려 80kg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결이 뭘까요?
네덜란드의 애그테크 농장을 방문하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마치 반도체 공장에 들어갈 때처럼 위생복에 모자와 장갑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인데요. 외부요인을 철저히 차단한 유리 온실 안에서 일조량, 온도, 습도 및 영양분을 최적으로 조절해 토마토를 길러낸다는 거죠. 내부 곳곳에 설치된 수많은 센서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컴퓨터로 분석해 일조량이 부족할 경우엔 LED 조명을 켜고 온도가 낮을 경우 난방을 자동으로 공급해줍니다. 또 비료 는 물론 산소와 이산화탄소 역시 센서값에 따라 적절히 조절해주죠.
수확 이후 과정도 대부분 자동화돼 있습니다. 수확물은 로봇 차량에 실려 포장 부서로 옮겨진 후 암스테르담 항구와 스키폴 공항 등으로 옮겨져 수출됩니다. 한마디로 사람 손 거치는 것을 최소화한 셈이죠.
이 덕분에 세계 농산물 수출 3위 국가이지만 농업 관련 노동 인구는 많지 않습니다. 1750만명에 이르는 전체 인구 중 중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1%(약 18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농업인구가 4%(약 221만 명)에 달하는 우리보다도 훨씬 적군요.
*최첨단 시설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IT기술이 발달하기 전부터 척박한 땅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 네덜란드 인들이 노력한 분야가 있는데요. 바로 종자 개발. 네덜란드의 종자 산업은 무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1876년 설립된 와게닝겐 국립 농업대학에서 외부환경에 강하고 맛있는 밀을 생산하기 위해 체계적인 밀 품종 교배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1921년에는 식물 육종을 위한 기관을 설립해 새로운 품종 개발에 국가적으로 나섰고요. 이런 국가적인 노력 덕분에 네덜란드에는 전문적인 식물 재배·육성 회사가 무려 300개가 넘는다고 합니다.
현재 세계에서 거래되는 원예 재배용 종자의 40%, 감자의 60%, 채소의 35% 가량이 네덜란드산인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죠.
이런 노력은 현재도 진행형입니다. 네덜란드의 세계적인 종자 기업인 ‘엔자 자덴(Enza Zaden)’ 경우에는 종자 개발에만 매년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덕분에 매년 150여 종의 새로운 채소 품종을 선보이고 있죠.
또 네덜란드에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시드(종자)밸리’도 있다고 하는데요. 세계적인 종자 기업과 연구소들이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에서 함께 연구개발하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런 노력이 최첨단 IT기술과 만난 덕분에 네덜란드가 세계적인 농업 수출국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셈이죠. 네덜란드의 개척정신이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하지만 우리나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IT하면 대한민국이란 말이 있을 정도잖아요. 여기에 장미 게놈분석에 성공한 바이오에프디엔씨 같은 뛰어난 식물전문기업들도 있고요. 게다가 개척정신하면 우리국민이 네덜란드보다 못할 리 없죠.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 ‘한국판 시드벨리’를 조성해주고 적극 지원한다면 대한민국이 머지않아 네덜란드 못지않은 최첨단 농업국가로 충분히 변모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