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년 차인 조 과장은 패키지 디자이너입니다. 화장품 용기와 용기가 담기는 박스의 디자인을 담당하죠. 그런데 디자이너이면서 용기와 박스의 재료가 되는 자재를 구매하는 일도 합니다.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해서 부담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디자이너들이 가장 기쁠 때가 언제 일까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이 나올 때입니다. 노래방에 갔는데 노래를 너무 잘 하는 사람이 있으면 소름이 돋잖아요? 그런 소름을 디자인에서도 느낄 수 있어요. 좋은 디자인은 좋은 자재에서 나오고요. 두 업무를 같이 해야 디자인 완성도가 높아집니다.”
박스에서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엠보싱과 같은 걸 ‘형압’이라고 합니다. 패키지를 고급스럽게 하는 그런 요소들인데 디자인은 물론이고 자재 즉 좋은 원료가 있어야 가능하다는군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생기네요. ‘용기나 박스를 만들기 전 샘플을 확인하면 되지 않을까?’
이에 대해 조 과장은 “물량이 수십만개 라면 샘플을 떠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회사 그리고 우리 회사와 협업을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규모가 작은 편”이라며 “따라서 수천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수준이라 샘플을 만들 수 없고 완성품이 나올 때 비로소 확인이 가능하다. 샘플 금형 뜨는데에도 큰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없는 일, 달인이나 장인의 경지가 돼야 가능한 일을 한다고 볼 수 있겠죠?
‘패키지 달인’ 조 과장은 그렇기 때문에 자재 구매에 원칙이 있습니다. 싸고 질 좋은 건 기본입니다. 상대 회사 담당자와의 소통을 가장 중요시합니다. 카톡 친구도 아닌데 왠 소통?
“소통이 잘 되는 분들과 일을 하면 성과가 훨씬 좋더라고요. 당연한 소리지만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 수많은 착오와 수정을 거칩니다. 이를 서로 조율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거든요. 하지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소통이 되면 어지간한 어려움은 결국 해결되더라고요.”
돈이면 다 해결되는 게 비즈니스 세상이라고 누가 말했나요.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이렇게 통하는 곳도 있답니다.
조 과장 역시 7년 이상 한 곳에 몸담은 비결을 들려줍니다. 그런데 소통의 달인답게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하는군요. 그는 “일을 하거나 성과를 나눌 때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없다. 대부분 적극적으로 도와주려고 한다”고 눈에 힘을 줍니다. 우리가 아는 회사 동료들과는 꽤 차이가 있네요! 정말 부럽습니다.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이 아니고 일단 도와주려는 동료들이 많다! 신입이라고 막내라고 커피나 복사 심부름을 시키는 사람도 없다네요.
조 과장은 최근 7kg을 감량했습니다. 비결이 뭘까요? 김 팀장과 함께 스쿠버 다이빙을 한 걸까요? 아님 김 주임과 조깅을 열심히 했던 걸까요. 알고 보니 그는 탁구 ‘선수’였습니다. ‘선수’라 함은 우리가 흔히 쓰는 ‘일반인보다 특정 일이나 행위를 훨씬 잘 하는’ 그 사람 맞습니다. 1년간 사내 동호회를 구성해 점심 먹고 치고 퇴근 하고 나서도 쳤다는군요. 탁구 과외나 학원을 다닌 적은 절대 없다고 강조합니다.
“업무 빼고는 회사에서 탁구만 쳤다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상하게도 피곤하지 않아요. 오히려 체력이 좋아져서 일에 더 집중하고 있더군요. 스매싱 공격보다 어려운 게 스매싱한 볼을 수비하는 건데 어렵지 않게 받아냅니다. 공에 스핀을 걸거나 스핀 걸린 공을 받는 것도 가능한 수준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