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프디엔씨는 식물세포 플랫폼이라는 굉장히 유니크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비즈니스 덕에 지난해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독보적인 기술만 있으면 상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보여준, 자타공인 유망 기업입니다.
그런데 직원분들과 투자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죠. 우리 회사의 주가가 생각만큼 오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바이오에프디엔씨는 재무재표, 현금흐름 등 회사의 재정 상태를 알려주는 수치를 따져도 A+학점이거든요. 기술력 뛰어나고 살림도 잘 하는 우리 회사가 왜 주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요?
임 과장은 IR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IR은 ‘투자 관계’라는 뜻인데 쉽게 말해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 다리를 놔주는 역할입니다. 다리를 놓는다는 건 양측을 이어주는 것이고 잇는다는 건 우리 회사의 객관적 상황을 정확히 알려준다는 뜻입니다. 일반 투자자는 물론이고 펀드매니저처럼 큰 돈을 움직이는 사람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앞서 질문을 하는 경우 임 과장이 답변을 합니다. 회사를 대표하는 스피커이자 마이크라고 보면 되겠네요.
“작년 추석 무렵 새로운 사업 영역을 구축해서 신규 상장한 회사를 보고 큰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이렇게 한 가족이 됐습니다.”
그는 절삭공구기업 YG-1, 원료의약품기업 에스텍파마, 스마트카드 제조사 유비벨록스 등 다양한 기업에서 IR을 담당했습니다. IR 업무 역시 기업을 막론하고 꼭 필요한 영역이죠. 하지만 IR은 어떤 회사에서나 하지만 누구나 하기는 힘든 업무이기도 합니다. 한국거래소가 회사의 상황을 웬만큼 파악하고 있는 대리 이상의 직원이 IR을 담당하도록 권고하는 이유죠.
“IR 담당이 자주 하는 일 가운데 하나가 공시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다트)에 접속한 다음 전용 편집기를 활용해 사업, 감사, 영업보고서와 같은 새로운 정보를 올리는 일이죠. 그런데 이 작업에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실수나 허위 내용이 적발되면 거래소에서 페널티를 줍니다. 벌점이 쌓이면 큰 벌금을 내고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즉 경험이 중요한 일이죠.”
IR 담당자 한 사람의 실수로 실제 상장 폐지된 기업들이 있기 때문에 임 과장의 말은 거짓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그런데 이처럼 중요한 일을 하는 IR 담당자들은 정작 회사에서는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무 특성상 잘해야 본전이기 때문이죠. 못하면 바로 티가 나는데 잘하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먹는 ‘청소’와 비슷하군요.
임 과장은 “주가가 오르면 보너스를 받는 경우가 가끔 있긴 하다. 하지만 대다수 회사는 IR을 전문으로 하는 직원을 키우려고 하지 않는다”며 아쉬워합니다. 그럼에도 그는 입사한 지 4개월 된 새 둥지 바이오에프디엔씨에 대한 기대가 남다릅니다. 인력이 많지 않지만 동료들이 정이 넘친다는군요.
“연차를 쓸 때 윗사람이 아니라 주위 동료들이 먼저 안부를 물어요. ‘무슨 일 있느냐’ ‘왜 연차를 쓰느냐’ 하고 말이죠. 예전에 경험하기 어려웠던 그런 상황인데... 우리 회사 동료들은 서로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자, 그럼 본격적인 질문이 나갑니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 회사의 이상 야릇한 주가 상황. 담당자인 임 과장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참고로 바이오에프디엔씨의 2022년 영업이익률은 30.7%입니다. 이는 1000원짜리 물건을 팔아서 307원을 벌었다는 뜻이죠. 제약기업, 바이오기업으로는 굉장히 이례적인 성과입니다. 단적으로 화장품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5~10%라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죠.
“일반적 기술력으로는 영업이익률 30%는 불가능합니다. 그만큼 우리 회사의 기술이 일반적이거나 평범하지 않다는 뜻이죠.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나 연구원들도 신기해할 정도에요. 다만 현재는 물리적이면서 일시적인 한계 탓에 주가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임 과장이 말하는 한계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대외 환경. 글로벌 경제 환경이 우리 회사와 같은 바이오기업, 벤처기업에 녹록치 않다는 것이죠. 높은 인플레이션, 강달러, 고금리 이 3가지 변수가 성장주에는 불리하기 때문입니다. 성장 기업의 주가는 통상적으로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죠. 성장 기업은 대체로 R&D 비용이 높고 따라서 차입도 높게 마련. 하지만 금리가 높으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집니다. 연구개발과 성장이 덩달아 막히는 구조죠.
두 번째 한계는 낮은 인지도입니다. 외부에서 인식하는 바이오기업, 벤처기업이 내부에서의 인식과는 차이가 있다는 뜻이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주식시장에는 2300여개의 상장사가 있죠.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일이 개별 기업을 들여다보기 어렵기 때문에 트렌드에 쏠리게 마련. 트렌드는 곧 유행이고 유행이라는 건 비슷한 기술을 지닌 기업들이 꽤 있다는 뜻입니다. 줄기세포, 진단키트,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에 목돈이 몰렸던 이유이기도 하죠.
즉 바이오에프디엔씨는 동해에 홀로 우뚝 솟은 독도처럼 비슷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트렌드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자들은 독자 기술을 가진 기업을 오래 지켜보거나 기다리지 않습니다. 당장의 이익에 급급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곧 바이오에프디엔씨의 미래가 밝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 번 관심받기 시작하면 시선이 집중되고 바이오에프디엔씨와 식물세포 플랫폼이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물론 관심을 받기 위해 지금보다는 매출이 더 늘어나야 하고 영업이익금 자체도 증가해야 하는 과제를 극복해야 합니다.
“식물세포를 기반으로 한 건강기능식품이 빠르면 올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매출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원재료 비용과 같은 원가는 2년 전 수준이라 영업이익률은 더 올라갈 공산이 크죠. 기술적으로 보수적으로 따져도 현재 대비 3배가량 주가가 오른다는 계산입니다.”
임 과장과 친해져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그의 와이프가 인천 연수동 자생한방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데 ‘지인 할인’ 찬스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오는 7월에 공주님을 출산할 계획이라 향후 근무 일정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 과장은 “정말 심하게 아프면 어쩔 수 없지만 척추, 허리 관련 질환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하더라”면서 전문가인 아내의 말을 전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 임 과장이 눈빛을 번뜩입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