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입사한 정 대리는 생명정보학을 전공했습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광고홍보마케팅 업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런데 마케팅 업무도 만족스럽지 않았고... 그렇게 유니클로에 입사합니다. 하지만 또 적성이 맞지 않았습니다.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납니다. 공부를 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일도 열심히, 다양하게 했습니다. 청소 업무, 식당 설거지 등 가리지 않고 했습니다.
그러다 한국에 귀국해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 바이럴마케팅 사업을 함께 시작했습니다. 사업은 비교적 잘 됐습니다. 문제는 동업자와의 수익 배분.
정 대리가 일을 더 많이 하면서도 수익은 더 적은 그런 상황... 결국 접었습니다.
이번에는 쿠팡맨으로 변신했습니다. 그 어렵다는 쿠팡맨을 2년이나 버텨냈습니다. 그리고 바이오에프디엔씨에 입사합니다.
전공과 맞지 않는다고 여겨 여러 직업을 전전했지만 결국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온 셈입니다. 그렇게 찾던 파랑새가 바로 곁에 있었듯이 말이죠.
정 대리는 화장품 원료를 만듭니다. 원료는 크게 추출 농축액, 펩타이드, 단백질, 캘러스 등으로 구분되는데 그는 펩타이드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들 원료를 물, 방부제와 섞으면 화장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최종 원료가 됩니다.
“추출 농축액의 경우 감초, 대추, 동충하초, 딸기, 야채 등 다양한 식물을 이용합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여도 회사마다 원재료의 적정 비율이 달라서 노하우가 중요하죠.
맛집에서 쓰는 비법 양념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원료제조 업무에서 가장 힘든 점이 시간을 맞추는 것이라는군요. 개별 재료->배합->배송 이 과정이 계획대로 착착 돌아가야 한다네요.
고객사에 최종 원료를 택배로 보내는 데 가끔 일정이 늦어져 퀵으로 전달하는 때도 있는데 그럼 비용이 상승하죠.
정 대리는 “녹차추출물은 색이 빨리 변하는데 이런 경우를 대비해 고객사에 미리 공지를 하지만 그럼에도 ‘원료가 상한 것 아니냐’는 문의를 가끔 받는다”며
“원료 상태를 지키고 추가 비용과 문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만의 루틴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어 “비싼 원료를 많이 발주 받아서 지게차로 상차할 때 가장 기쁘다”며
사내 유이한 지게차 운전자격증 보유자임을 자랑합니다.
정 대리와 대화를 하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일자리에 대한 철학, 직업의 귀천에 대해 다시금 뇌의 회로도를 돌리게 됐습니다.
바이오에프디엔씨 입사 전 다양한 일을 하며 느꼈던 점을 물었습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호주에서 정말 실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말이 피부로 다가오지 않았는데...
식당일, 청소업무, 대형마트 계산 알바. 한국에서 3D 업무로 통하지만 호주에서는 시간당 2만원을 받기 때문에 블루칼라나 화이트칼라나 연봉 차이가 크게 나지 않아요.
심지어 하루에 3시간만 일해도 생활비가 부족하지 않고 저금도 가능해요. 대기업만 쫓는 문화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호주 청년들이 활기차고 밝은 것도 이 때문 아닐까요?”
호주에서 일자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터득한 덕분일까요. 쿠팡이 직접 택배사업에 진출한다며 이른바 ‘쿠팡맨’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를 때 정 대리는 쿠팡맨 1기로 입사한 산증인입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쿠팡맨은 사실 좋은 내용보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많습니다. 저세상 수준의 업무 강도, 관리자의 사찰 수준의 감시, 회사의 다양한 갑질...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정 대리가 겪은 쿠팡과 쿠팡맨은 어떠했는지.
“물론 힘들게 일한 건 사실입니다. 업무 중 흡연을 하거나 난폭운전으로 신고를 당하거나 과음을 해서 지각을 하거나 하면 바로 해고죠.
지금은 노동환경이 조금 나아졌다고 하지만 꽤 힘든 건 사실이었어요. 주 6일 노동도 그렇고요. 하지만 학력 무관 초봉이 4200만원이고 할 일만 끝내면 시비 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나름 2년 동안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갑갑하더라고요. 그래서 바이오에프디엔씨의 일원이 됐습니다!”
요즘 학생들 중에 ‘취업 못하면 쿠팡맨 하면 된다. 어지간한 대기업보다 연봉이 많다’고 말하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하자 정 대리의 답변이 팩트 폭격입니다.
그는 “그런 마인드면 쿠팡맨도 오래 못한다. 길어야 두 달”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직업에 관해서 일자리에 관해서 경험에 대해서 정 대리는 달인이 아닐까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면,
몰래 재취업을 꿈꾸고 있다면 정 대리를 만나세요. 물론 일자리의 달인 정대리가 바이오에프디엔씨에서 7년간 근무 중이라는 점이 많은 걸 시사하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