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에프디엔씨 홈페이지

메인 비주얼 배너 영역

Moh's School

시작은 가볍게, 바이오 지식은 무겁게!
오직 모스스쿨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색다른 바이오 지식

Moh's School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 모스스쿨을 통해 만나보세요.

공리 장쯔이가 쓴 독 얼마나 무서웠길래... 작성일 2023-11-13 조회 6458 번호 50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네요. 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있는데... 반팔 입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나들이도 자연스레 뜸해지게 마련인데 이럴 때는 얇은 이불로 무장하고 TV로 영화를 보는 게 최고죠. 군밤이나 군고구마가 있으면 금상첨화고요.


지난 주말 따뜻한 커피에 고구마를 먹으면서 중국 영화 두 편을 봤습니다. 주윤발, 공리, 주걸륜 주연의 ‘황후화’ 그리고 장쯔이, 저우쉰, 오언조 주연의 ‘야연’입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두 작품 모두 2006년작이네요. 넷플릭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고요.


일단 간단한 줄거리부터 살펴봅니다. ‘황후화’는 황제와 황후의 권력 다툼 그리고 황자 3형제의 애정 결핍이 핵심입니다. 황제 주윤발과 황후 공리는 무슨 이유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서로 못 죽여서 안달입니다. 특히 황제는 황후에게 강제로 보약을 먹이는 데 정신병을 앓게 하는 일종의 독을 몰래 타더군요.


몸이 서서히 망가지는 걸 느낀 황후도 나중에 이런 사실을 알고 황제에게 복수를 하죠. 3황자 중 둘째에게 반란을 명령합니다. 과연 황후의 복수는 성공할까요?



‘야연’은 한국의 아침 드라마와 비슷한 막장 스타일입니다. 형을 죽이고 황제가 된 도련님이 형의 아내 즉 형수이자 황후를 자신의 아내로 맞아들입니다. 형수가 와이프가 된 것이죠. 선황의 아들 즉 황태자는 햄릿처럼 숙부를 죽이기 위해 복수의 칼을 갈고 의붓어머니가 갑자기 숙모가 되는 상황에 절망합니다.


하지만 두 번 연속 황후가 된 장쯔이의 속내는 달랐습니다. 겉으로는 도련님을 새 남편으로 맞이하는 데 동의한 것처럼 행동하지만 그 역시 치욕을 되갚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장쯔이가 선택한 방법이 황제가 마실 술에 독을 타는 것이었습니다.


‘어라! 두 영화 모두 복수를 하고 그 과정에 독을 쓰네!’


정말 우연입니다. 일부러 독이 나오는 작품을 찾아서 본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우연을 가장한 필연일 겁니다. 식물에서 나온 독이든, 동물에서 나온 독이든 우리 인류에 미친 영향이 엄청 컸기 때문이죠. 창조주가 먹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했던 금단의 열매를 먹은 이브. 그 열매에도 독이 들어있지 않았을까요? 물론 생명을 죽이는 독은 아니었지만 인간이 다시는 태초의 인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매우 강력한 독이 있었던 건 결과적으로 분명하니까요.


‘황후화’에서 나온 독부터 살펴볼까요. 극중에는 ‘페르시아 독’으로 나옵니다. 찾아보니 ‘투구꽃’이네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 북아메리카, 유라시아 북반구 산악지대의 서늘한 그늘에서 잘 자라고 특이하게도 햇빛을 많이 받으면 꽃이 피지 않는다고 합니다. 꽃이 피지 않은 어린 새순이 쑥이나 미나리와 비슷해서 사람들이 투구꽃을 잘못 알고 캐는 경우가 있다네요.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투구꽃의 덩이뿌리를 활용하는 ‘부자’입니다. 한의원 좀 다녀보신 분들은 알 수도 있을 정도로 비교적 알려진 약재입니다. 적정량을 먹으면 체온을 올려주고 마취 효과를 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독약입니다. 구토와 호흡곤란을 일으키다 심장을 멈추게 하는 무서운 약입니다. 조선시대 사약으로도 쓰였다고 하니 조심 또 조심해야 하겠네요.



 

‘야연’에서는 전갈독이 나옵니다. 전 세계에 1000종의 전갈이 있고 대부분의 전갈은 독을 갖고 있습니다. 다만 쏘이면 좀 아프기만 할 뿐 사람에게 크게 해를 끼치지 않고 건드리지 않으면 일부러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없다고 하네요. 그런데 늘 예외가 있죠. 인간에게 치명적인 독을 가진 전갈이 25종가량 되는데 이런 독 전갈들의 서식처는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 중동의 사막지대라고 합니다.


영화에서는 독 제조 전문가가 액체인 독을 가루로 만들어 장쯔이에게 전달합니다. 가루는 농축이 됐다는 뜻이고 이를 술에 탔더니 30초쯤 뒤에 즉사하더군요. 전갈 중에서도 가장 독한 녀석이 ‘자이언트 데스 스토커’. 크기는 10cm 내외로 아담하지만 독성은 전혀 아담하지 않습니다. 이 녀석한테 직접 쏘이면 2시간 내에 사망!


그런데 재미있는 점이 있습니다. 전갈독이 약으로도 쓰인다는 겁니다. 진통제, 항생제의 원료로 가장 많이 쓰이고 화장품을 만들 때도 들어간다네요. g당 가격이 1만 달러(1300만원)이니 정말 비싸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전갈은 2㎎의 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1g을 얻으려면 300~400마리를 모아야 합니다.


‘황후화’의 투구꽃도 그렇고 ‘야연’의 전갈독도 그렇고 독과 약의 구분은 정말 한 끗 차이네요. 사람이 어떻게 가공하느냐,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저승과 이승이 달라집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