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Before COVID-19·코로나 이전)’와 ‘AC(After COVID-19·코로나 이후)’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 사회를 정말 많이 바꿔놓았죠. 그중 하나가 바로 회의 방식입니다. 기존에는 거의 없었던 회상회의가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졌죠. 코로나 시기에는 어쩔 수 없이 화상회의를 했지만 엔데믹을 맞이했는데도 화상회의는 여전히 인기입니다. ‘시간도 없는데 굳이 대면회의를 해야 할까’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화면만 보고 회의하면 답답하다’는 분들이 없지 않지만 잘못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꼰대’로 찍힐 수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회상회의가 여전히 대세인데 좀 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화상회의에서 유능해보이는 비법은?
최근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서 재미난 연구결과가 발표했습니다. 영국 더럼대 연구진이 화상회의에 사용한 배경과 소품에 따라 이용자의 신뢰와 역량에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즉 같은 사람이더라도 배경과 소품만 잘 사용하면 상대방에게 더 많은 신뢰감을 주고 역량이 높은 것으로 보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도대체 어떤 배경과 소품을 사용해야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요? 더럼대 연구진은 다양한 배경 앞에서 웃고 있거나 무표정한 표정의 남성과 여성의 스틸 이미지를 제작했습니다. 그런 다음 연구진은 영국에 사는 19~68세 사이 성인남녀 167명을 대상으로 원격 화상회의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을 보고 능력과 신뢰도를 평가하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참가자들은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 뒤편에 식물이나 책장이 놓여 있을 경우 좋은 평가를 내렸죠. 연구진이 해당 사례라며 논문에 게재한 사진을 보면 화면에 등장하는 사람 뒤편으로 식물이 심겨진 화분 6개가 나란히 등장합니다. 또 다른 사진에는 화면 배경이 되는 벽 전체에 각종 서적이 가득 꽂힌 책장이 보입니다.
연구진은 반대로 거실 같은 주거 공간이 그대로 노출됐을 때에는 평가가 좋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사진을 보면 비교적 깔끔하게 정돈돼 있기는 하지만, 넓은 소파와 카펫 등이 그대로 보이는 거실이 등장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뜬금없는 배경 화면도 높은 점수를 얻지 못했습니다. 연구진은 북극 빙하 위에 물범이 누워있는 사진을 예로 들었습니다.
◆비대면 면접도 배경에 신경써야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격 화상회의를 할 때, 자신을 남들에게 더 유능하게 보이도록 하고 싶다면 화면 배경에 식물이나 책장을 배치하면 됩니다. 이는 화상회의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죠. 요즘은 면접도 비대면으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연구진은 “좋은 인상을 주려면 배경 화면을 설정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배경에 식물을 넣거나 책장을 배치하고 긴장된 얼굴보다는 웃는 얼굴을 보여야 유능함을 어필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유능한 인물들의 투잡은?
가상 배경이 아니라 실제 식물을 가까이해도 유능하게 보일 수 있을까요? 서울대 환경대학원 성종상 교수가 쓴 ‘인생정원’에 재미난 대목이 나옵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퇴계 이황, 토머스 제퍼슨, 찰스 3세, 윈스턴 처칠, 정조대왕, 클로드 모네, 소쇄옹 양산보, 고산 윤선도, 안평대군···.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위대한 인물들이죠.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투잡을 뛰었는데 본업 말고 했던 일이 바로 ‘정원사’였다는 거죠. 이들은 거처를 옮길 때마다, 삶의 위기를 맞았을 때도 정원 사랑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모네는 “가진 돈 전부를 정원에다 쏟아부었지만 그래도 황홀하기만 하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는데요. 이들이 왜 이렇게 식물을 가꾸는 정원일에 몰두했을까요? 식물이 지혜를 주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유능해 보이고 싶다면, 실제 유능해지려면 식물을 가꾸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