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비만치료제(GLP-1), 항체·약물 접합제(ADC).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올해 주목할 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로 뽑은 세 가지입니다. 코트라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주간 탐방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보고서는 지난 1월 8∼11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바이오·헬스케어 포럼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 참관 결과를 담았습니다.
IT관련 최대 전시회로 미국의 CES와 독일의 IFA를 꼽는 것처럼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는 세계 최대 바이오-헬스케어 행사라고 보면 됩니다.
보고서는 올해 주목해야 할 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로 AI를 가장 먼저 선택했습니다.
전 사업 분야에서 AI 기술 적용이 관심사인 가운데 바이오산업 분야에서도 기업 간 협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군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장악한 미국 반도체기업 엔비디아와 AI 기반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 랩스가 각각 암젠, 일라이릴리 등 거대 제약업체와 AI 신약 개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게 좋은 예입니다. AI가 무서운 건 사람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정보를 다룰 수 있고 결국 퀄러티 높은 물건을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R&D비용이 높고 임상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제약 업계의 특성상 AI와의 협업은 산업의 지형도와 룰 자체를 바꿀 가능성이 큽니다.
코트라가 두 번째로 집중한 키워드는 비만치료제인 GLP-1입니다.
JP모건 리서치는 오는 2030년까지 미국 인구의 9%에 해당하는 3000만명이 GLP-1을 사용, 관련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약 133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합니다.
다이어트는 인류가 멸망하는 날까지 꾸준한, 하지만 어마어마한 시장을 가지고 있는 분야죠.
굶지 않아도, 헬스장에서 열심히 운동하지 않아도 살을 뺄 수 있다면 이를 마다할 사람이 몇 이나 될까요. 몇몇 제약사들이 관련 치료제를 이미 내놓고 있지만
주사를 6개월간 맞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여전히 있습니다. 이런 불편을 조금만 줄인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따놓은 셈이죠.
코드라가 주목한 마지막 키워드 ADC. 작년 97억8000만달러 수준이던 ADC 글로벌 시장 규모가 오는 2028년까지 연평균 15.8% 성장해 198억달러(약 2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습니다.
삼바는 작년 3조6000억원대 매출(연결 기준 전망치)을 기록했고 영업이익도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한 것이 확실시되고 있죠.
이처럼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 기업 삼바가 차기 캐시카우로 삼은 게 바로 ‘ADC’입니다.
삼바는 물론이고 경쟁사인 롯데바이오로직스도 ADC 생산시설을 내년 1분기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습니다.
이원직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내년 1분기 미국에서 ADC 공장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처럼 ADC는 최근 바이오업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블루칩으로 통합니다. 그런데 ADC가 뭘까요? ‘항체 약물 접합제’라고는 하지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ADC는 쉽게 말해 유도탄 방식으로 약물을 직접 전달하는 것입니다. 암세포를 찾으려는 항체에, 특정 암세포 항원 단백질을 공격하는 ‘저분자 세포독성약물’을, ‘화학적으로 결합’ 시킨 구조입니다.
항체가 약물을 암세포까지 유도한 뒤 선택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정상세포가 아닌 암세포만 공격할 수 있죠.
기존 화학 요법 대비 효능을 높이고 약물 독성을 줄이면서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항암 치료제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고형암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고형암은 백혈병 등으로 대표되는 혈액암 대비 상대적으로 치료가 힘들죠.
혈액암은 주사를 놓으면 혈액이 몸 전체를 돌아다니는 과정에서 세포들을 죽이지만 고형암은 특정 부위에만 종양이 있는 만큼 약물이 도달하기가 꽤 어렵습니다.
현재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본 다이찌산쿄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ADC 개발 붐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57개의 새로운 ADC가 초기 개발 단계인 임상 1상에 진입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249개 ADC 관련 임상이 진행 중이라고 하니 가히 ADC 춘추전국시대군요.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승인된 ADC 품목은 15개에 불과합니다.
3대 키워드 가운데 AI와 비만치료제의 경우 기술 진입 장벽과 경험치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ADC의 경우 충분히 겨뤄볼 만하다는 평가입니다.
몇몇 국내 연구진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